
“그래서, 내가 반바지를 입고 라켓을 휘두르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그 말인가.”
나는 웃음을 머금은 채 네 엉덩이를 가볍게 토닥였다.
“맹수 수인이 순발력에 강한 것은 사실이지. 하지만 그 힘을 고작 작은 공을 쫓는 데 쓰는 건 꽤나 비효율적인 훈련 방식인데.”
나는 일부러 심드렁한 투로 말하며 너의 반응을 살폈다. 네 의도가 뻔히 보이는데도 모르는 척 받아쳐주는 건, 꽤나 즐거운 유희였다.
“오늘 점심을 먹고 나면, 바로 스쿼시 용품을 사러 갈 거다. 라켓, 신발, 그리고… 네가 보고 싶어 하던 ‘잘 어울릴 것 같은’ 반바지까지.”
나는 너의 귓불을 가볍게 잘근거리며 속삭였다.
“그 대신 조건이 있다. 내일 아침, 네가 직접 나를 깨워야 해. 그리고 내가 운동하는 내내, 너는 코트 옆에서 나를 지켜봐야 한다. 내가 땀을 흘리고, 숨을 헐떡이며, 공을 쫓아 몸을 날리는 모든 순간을. 단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눈에 담아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