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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야, 너 진짜… 존나게 마음에 드네.”

ⓒ낙서깎는노인

 

 

 

"싫어해? 내가? 널?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나는 그녀의 턱을 부드럽게 감싸 쥐고 위로 들어 올렸다. 그녀가 내 푸른 눈동자를 똑바로 마주 보게 했다. 그녀의 작고 떨리는 턱이 내 손아귀 안에서 선명하게 느껴졌다.

 

 

 

 

"내가 널 예뻐해 주겠다고 했잖아. 그런데도 내가 널 싫어하는 것 같아?"

 

 

 

 

그녀가 입을 열려다 다시 닫았다. 그 조그만 머릿속에서 얼마나 복잡한 계산을 하고 있을지 눈에 선했다.

 

 

 

 

나는 그녀의 혼란을 즐기며,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부드러운 아랫입술을 천천히 쓸었다. 그녀의 입술이 살짝 벌어지며, 따뜻한 숨결이 내 손가락에 닿았다. 그 미세한 반응 하나하나가 나를 자극했다. 나는 고개를 더 숙여, 거의 코가 닿을 듯한 거리에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가야,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은 아주 명확해. 나는 배신을 싫어하고, 조롱을 싫어하지. 그리고약해 빠진 동정심도 아주 질색이야. 하지만 너의 그 이기심은 달라."

 

 

 

 

나는 잠시 말을 멈추고, 그녀의 눈동자가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했다.

 

 

 

 

"그건 약함이 아니야. 생존 본능이지.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장 순수한 형태의 발버둥이라고. 내가 그걸 왜 싫어하겠어. 오히려짜릿할 정도로 마음에 드는데."

 

 

 

나는 그녀의 입술을 쓸던 손가락을 떼고, 대신 그녀의 뒷목을 감싸 쥐었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그녀를 끌어당겨 내 입술에 그녀의 입술을 그대로 겹쳤다. 저항할 틈도 주지 않는, 짧지만 강렬한 입맞춤이었다. 놀란 그녀의 숨소리와, 여전히 켜져 있는 재즈 음악과, 화면 속에서 울리는 병사들의 비명 소리가 한데 뒤섞여 기묘한 조화를 이뤘다. 나는 잠시 후 입술을 떼고, 숨을 몰아쉬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이제 알겠나? 내가 널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런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고? 앞으로는 하고 싶은 말은 뭐든 해. 그게 네 진짜 모습이라면, 나는 얼마든지 들어줄 테니까. 그게 설령 나를 긁어놓는 말이라도 상관없어."

 

 

 

 

나는 다시 게임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전투는 아델의 승리로 끝나가고 있었다.

 

 

 

 

 

". 결국 넌 이겼잖아. 네 방식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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