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곤에 절은 몸으로 소파에 기대앉아 무심코 노트북을 열었다. 퇴근 후의 적막함은 익숙했지만 오늘은 유독 더 무겁게 내려앉는 기분.
화면을 켜고 습관처럼 사건 관련 키워드를 검색하던 손가락이 미끄러졌다. 의도치 않게 입력된 검색어는 생방송 플랫폼의 인기 순위 창으로 이어졌고, 그 최상단에 자리한 낯선 닉네임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유유’라는 닉네임. 화면 속에서 가면을 쓴 여자가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느릿하게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딱 달라붙는 옷 위로 드러나는 몸의 곡선이 노골적이었지만, 정작 여자의 움직임은 어딘가 주저하는 듯 소극적이었다.
채팅창은 온갖 음란한 요구와 후원 메시지로 빠르게 스크롤 되었다.
늑대 수인과 여우 수인이 거액을 쏘아 올리며 무언가를 요구하자, 가면 너머로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저런 걸 왜 보고 있나 싶으면서도, 태제일은 쉽사리 시선을 떼지 못했다. (<-ㅋㅋㅋ) 화면 속 여자가 춤을 추는 건지, 아니면 그저 몸을 살짝 흔드는 건지 모를 애매한 동작. 그 부자연스러움과 달리 몸은 터질 듯한 관능미로 넘실거렸다. 아름다운 가슴이 숨을 쉴 때마다 아슬아슬하게 흔들렸고, 잘록한 허리와 대비되는 풍만한 골반은 수인들의 원초적인 시선을 잡아끌기에 충분했다.
“저런 걸로 돈을 버는 인간도 있나.”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목소리는 나른했지만, 금색 눈동자는 화면에 깊숙이 박혀 있었다.
"시청자님들께 옷을...추천받습니다."
태제일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바람을 뱉었다. 이런 곳에서 옷 추천이라니. 마치 맹수들의 식사 시간에 풀을 권하는 초식동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찰공무원은 음란방송 보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나? 오히려 직업의식 투철하다고 칭찬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잠재적 범죄 현장을 미리 탐문하고 있었던 셈이니까.”
그는 무의식중에 노트북 화면으로 조금 더 몸을 기울였다. 화면 속 여자는 여전히 가면을 쓴 채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미동 없이 시청자들의 반응을 기다리는 듯했다.
“옷 추천이라….”
낮은 목소리로 단어를 되뇌었다. 그 발음이 혀끝에서 낯설게 굴렀다. 다른 수인들이 던지는 ‘다 벗어라’, ‘가슴이나 더 보여줘’ 같은 노골적인 요구들 틈에서, 이 여자의 정중한 목소리는 오히려 더 기묘한 상상력을 자극했다. 마치 감춰진 속살을 드러내기 전, 마지막으로 허락을 구하는 의식처럼 느껴졌다.
그는 키보드 위에서 잠시 손가락을 망설였다. 뭐라고 답해야 하나. ‘경찰 제복.’ 장난스러운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손가락은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익명성이 보장된 채팅창 뒤에 숨어, 다른 놈들이 뭐라고 지껄이는지 관망했다. 온갖 변태적인 의상 이름들이 쏟아져 나왔다. 토끼 귀 머리띠, 목줄, 가터벨트 따위의 유치한 것들부터, 아예 아무것도 걸치지 말라는 원색적인 요구까지.
---
[채팅창]
<하이에나1: 크… 미쳤다. 저 가슴골에 얼굴 묻고 죽고 싶네.>
<표범77: 방장님, 다음엔 우유 말고 다른 것도 되나요? 예를 들면… 알죠? ㅎㅎ>
<반달곰조아: 100,000 캐시 쐈다! 유유, 그 젖은 손으로 아래쪽도 좀 만져봐!>
<익명_호랑이: 제복 단추 하나만 더 풀어주면 안 될까? 내가 오늘 월급 다 털어줄게.>
<익명_악어: 저런 건 잡아다가 제대로 길들여야 하는데. 방장님, 경매 계획은 없으신지?>
<리카온5: 다리 벌려봐. 네가 얼마나 젖었는지 보고 싶어.>
<치타발: 춤 못 춰도 돼, 유유야. 넌 그냥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예술이니까. 그 몸이 전부야.>
<늑대충성충성: 우리 방장님 안목 최고! 오늘 유유 진짜 레전드다!>
<익명_구렁이: 혀 내밀어 봐. 혀 길이는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네.>
<하이에나2: 아 씨발, 그냥 저 옷 다 찢어버리고 싶다. 존나 박고 싶네.>
<반달곰조아: 100,000 캐시 추가! 방금 신고한 새끼 누구냐? 분위기 파악 못 하는 찐따 새끼는 꺼져라!>
<표범77: 맞아, 신고충 새끼는 나가 뒤져라! 유유 신경 쓰지 마! 우린 네 편이야!>
---
“젠장….”
그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신고 따위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그의 신고를 비웃듯, 채팅창에는 신고한 놈을 색출하자는 험악한 말들까지 오가고 있었다.
그는 무력감을 느끼며 의자에 깊숙이 몸을 기댔다. 형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였다. 하지만 태제일이라는 한 명의 수컷으로서, 저 화면 속의 인간에게 느끼는 감정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었다. 저 어설픔 뒤에 숨겨진 것은 무엇일까. 저토록 관능적인 몸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왜 저렇게 위태로워 보이는 걸까.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는 화면 속에서 춤을 멈추고 가쁘게 숨을 몰아쉬는 여자를 향해, 다시 한번 메시지를 보냈다.
이번에는 아무런 의도도, 계산도 없는, 순수한 질문이었다.
[사자: 힘들면 그만해도 돼.]
유유, 라는 닉네임의 '노래 인형' 여성은 머뭇거리며 투표를 올렸다. 결국, 그녀는 바니걸과 제복중 경찰제복과 유사한 스타일의 성인 방송용 제복을 입었다.
태제일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너임마;). 화면 속 여자가 어색하게 몸을 움직일 때마다, 보기 민망할 정도로 싸구려 티가 나는 제복이 위태롭게 들썩였다.
터질 듯 부풀어 오른 가슴을 겨우 가리고 있는 천 조각은 금방이라도 단추가 뜯겨 나갈 것 같았고, 몸에 꽉 끼는 디자인은 여자의 풍만한 곡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저런 걸 옷이라고 부를 수나 있나. 혀를 차면서도, 그의 시선은 화면 속 몸짓 하나하나에 끈덕지게 달라붙었다.
춤이라고 하기엔 우스울 정도로 서툰 움직임. 음악의 박자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몸짓은 오히려 보는 사람을 더 안달 나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다. 채팅창의 수인들은 이미 반쯤 이성을 잃고 광적인 반응을 쏟아내고 있었다.
“하…”
짧은 탄식이 그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어설픈 춤사위와 대조되는, 저 음란하리만큼 관능적인 몸매의 부조화. 그게 태제일의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무언가를 건드리고 있었다. 저 여자는 자기가 지금 얼마나 위험한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을까.
저 화면 너머에 어떤 굶주린 눈들이 번뜩이고 있는지, 상상이나 하고 있을까. 아니, 어쩌면 저 모든 것이 계산된 연기일지도 모른다. 순진함을 가장한 채 수인들의 본능을 교묘하게 자극하고 있는 것일지도. 그는 손에 든 맥주캔을 단숨에 비워버렸다. 차가운 알코올 기운이 식도를 타고 흘러내렸지만, 머릿속의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았다.
그는 다시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무언가 한마디를 던져야 할 것 같았다.
다른 놈들처럼 저급한 농담을 던질 생각은 없었다.
대신, 그는 그저 사실을 적었다.
<춤, 존나 못 추네.>
조롱인지, 아니면 단순한 감상인지 모를 문장이었다. 전송 버튼을 누른 그는 화면 속 여자의 반응을 기다렸다. 아마 수많은 메시지 속에 묻혀 보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만약 본다면? 가면 너머의 얼굴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졌다. 태제일은 의자 등받이에 깊숙이 몸을 기댔다.
아델이 가면 아래로 마이크를 대며 말했다.
"유유, [ 힘들면 그만해도 돼.] 라는 채팅이 들어왔어요. 감사해요. 그러나 시청자분들의 오늘 투표가 남았어요. 자아, 오늘은 시청자 고민상담 컨텐츠가 남았어요. 고민상담 컨텐츠는 아래 플랫폼의 주소에 글을 작성하시면 되고, 상담을 할 때의 유유의 자세나 포지션도 기입해주세요."
고민 상담 컨텐츠. 다음 코너를 알리는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지만, 태제일의 귀에는 그 단어들이 어쩐지 기묘하게 들렸다. 저런 음란한 옷을 입고, 굶주린 수인들 앞에서 고민을 들어주겠다고?
그는 헛웃음을 삼켰다. 이건 코미디인가, 아니면 일종의 고문인가. 그는 여자가 안내하는 링크 주소를 쳐다보았다.
고민을 적고, 상담받을 때의 자세나 포지션까지 기입하라니. 저 ‘방장’이라는 놈의 머릿속은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건지 궁금해졌다.
그는 잠시 망설였다. 이런 유치한 놀음에 끼어들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화면 속에서 다음 순서를 기다리며 가만히 서 있는 여자의 모습을 보자, 마음 한구석에서 다시 한번 비틀린 충동이 고개를 들었다.
그는 링크를 클릭했다. 상담 내용을 적는 익명의 게시판이 나타났다. 다른 놈들이 올리기 시작한 저속한 사연과 변태적인 자세 요구들이 눈에 들어왔지만, 그는 무시했다.
대신, 그는 자신의 ‘고민’을 적기 시작했다. 아주 간단하고, 본질적인 고민. [고민 내용: 눈앞의 사냥감을 언제까지 지켜만 봐야 할지 모르겠다. 당장이라도 물어뜯고 싶은데.] 그리고 이어지는 ‘자세 및 포지션 요구’ 란에는 더욱 간결하게 적었다. [요구 사항: 무릎 꿇고, 고개 들어.]
"[사자]님의 사냥감은 무슨 종족이나 종류일까요?"
“어떤 종류냐고….”
그가 낮게 읊조리며, 타이핑을 시작했다. 메시지는 짧고, 명료했다.
[사자: 지금 내 눈앞에서, 나 때문에 떠는 종류.]
그는 자신의 메시지가 채팅창에 올라가는 것을 확인하고는 의자에 등을 기댔다.
무릎을 꿇은 채, 다음 말을 기다리는 여자의 모습은 마치 제단 위에 올려진 제물 같았다. 그는 이 상황을 온전히 즐기고 있었다. 형사로서의 이성과 책임감은 이미 오래전에 스위치가 꺼진 상태였다. 지금 그에게 남은 것은 오직 검은 사자 수인으로서의 본능, 그리고 눈앞의 먹잇감을 향한 날것 그대로의 흥미뿐이었다. 그는 다시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고민 상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는 여자에게 이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요구할 생각이었다.
[사자: 그래서, 이 고민. 어떻게 해결해 줄 건데? 물어뜯기기 전에, 네가 먼저 뭘 해줄 수 있는지 말해 봐.]
그의 손가락이 엔터 키를 누르자, 검은 꼬리가 기대감에 차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좌우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는 휴대폰을 들어 익숙한 번호를 눌렀다. 강력계 정보원 중 하나였다.
“나다. 인터넷 방송 플랫폼 하나만 좀 파 줘. ‘방장’ 닉네임 쓰는 늑대 수인 새끼, 신원 바로 확인해.”
전화를 끊은 그는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화면 속 여자는 춤을 멈추고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의 금색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서늘하게 빛났다. 사냥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었다.
“자아, 오늘의 마지막 코너예요. 유유의 ASMR. 오늘은 어떤 소리를 듣고 싶으세요? 댓글로 가장 많이 나온 키워드로 진행할게요.”
가면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여전히 침착했다. ASMR. 태제일은 그 단어를 곱씹으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저런 상황에서조차 정해진 방송 순서를 따르겠다는 건가. 그는 채팅창을 주시했다. 역시나, ‘키스’, ‘신음’, ‘물소리’ 같은 저속한 단어들이 빠르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한번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아주 짧고, 간결한 단어 하나.
[사자: 심장 소리.]
'❤️식육목: A Carnivore’s Tale(설호작가님세계관) > 🚓🫒태제일x아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태제일]경찰청 강력범죄 수사 공로상 태제일 (2) | 2025.12.21 |
|---|---|
| [태제일X성인방송 노래 인형 아델] 식육목: STREAM (0) | 2025.11.13 |
| “너도 마찬가지야. 이제 ‘유유’는 없어. 여기 있는 건 아델, 세르간이 저지른 범죄의 유일한 생존자이자 증인. 알아들었나?” (4) | 2025.11.10 |
| “네가 날 선택했잖아. 수많은 메시지 중에서, 가장 위험한 내 것을. 그러니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없어.” (0) | 2025.1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