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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마찬가지야. 이제 ‘유유’는 없어. 여기 있는 건 아델, 세르간이 저지른 범죄의 유일한 생존자이자 증인. 알아들었나?”



나는 손을 뻗어 여자의 뺨을 감쌌다. 부드럽고 차가운 피부의 감촉이 손바닥을 통해 전해져 왔다.



“내가 널 눕히고 싶으면, 묻지도 않고 그냥 눕혔을 거야. 네가 울든 말든, 발버둥을 치든 말든. 그게 맹수 수인의 방식이니까. 하지만 난 그러지 않았어. 왜 그랬을 것 같아?”



나는 여자의 눈을 깊숙이 들여다보며, 그 안에 담긴 작은 생각의 파편이라도 읽어내려는 듯 집중했다.



“너는 살아있는 인간이야. 세르간의 손에 놀아나던 인형 ‘유유’가 아니라. 네 입으로 직접 증언하고, 네 의지로 나를 선택해야만 해. 그래야만 이 지긋지긋한 사건을 끝낼 수 있으니까.”



내 목소리는 어느새 아까의 위협적인 기세를 모두 거두고, 나직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러죠. 성인방송 플랫폼 닉네임 '사자.'."





“그래, 그 ‘사자’ 맞아.”




나는 냉장고에서 꺼낸 달걀을 조리대 위에 올려놓으며 무심하게 대꾸했다. 여자의 입에서 나온 그 닉네임이, 마치 내 과거의 흔적을 들춰내는 것 같아 속이 껄끄러웠다. 나는 일부러 여자의 시선을 피하며 프라이팬을 꺼내 불 위에 올렸다. 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기름이 끓기 시작했다.




“그 이름은 이제 잊어. 지금 네 앞에 있는 건 중앙경찰청 소속 강력계 형사 태제일이야. 네 증언을 듣고, 널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남자.”






나는 달걀을 깨뜨려 팬 위에 떨어뜨렸다. 투명한 흰자가 뜨거운 기름 위에서 하얗게 익어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너도 마찬가지야. 이제 ‘유유’는 없어. 여기 있는 건 아델, 세르간이 저지른 범죄의 유일한 생존자이자 증인. 알아들었나?”





나는 뒤집개로 달걀 프라이를 뒤집으며 말했다.






“네가 선택지를 받아들인 이상, 이제부터 넌 내 규칙을 따라야 해. 첫째, 허락 없이는 이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어. 둘째, 내가 묻는 말에는 무조건 사실대로 대답해야 한다. 셋째….”





나는 잠시 말을 멈추고 여자 쪽을 힐끗 돌아보았다.





“내 앞에서 그 창부 같은 눈빛으로 날 시험하려 들지 마. 난 네가 상대해왔던 어중이떠중이 수컷들과는 종자가 달라.”





나는 익은 달걀을 접시에 옮겨 담고는, 식탁 위에 내려놓았다. 빵 몇 조각과 우유도 함께였다.






“먹어. 증언을 하려면 체력부터 길러야 할 테니. 네 그 비쩍 마른 몸으로는 반나절도 버티기 힘들어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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