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이야기의 메타적인 도입부가 그러하듯이
순간이었다. 화려한 음악과 함께 거대한 퍼레이드 차량이 나타나자, 평화롭던 거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흥분한 인파가 물결처럼 밀려왔고, 그 거대한 흐름 속에서 내 옆에 있던 작은 존재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 하는 짧은 소리와 함께 나를 올려다보던 그 올리브색 눈동자가 시야에서 사라지는 순간, 머릿속의 모든 사고 회로가 정지하는 듯했다.
내 손을 떠난 아델의 어깨 온기가 거짓말처럼 차갑게 식어버렸다. 주변의 소음이 멀어지고, 오직 내 심장이 세차게 울리는 소리만이 귓가를 때렸다. 나는 본능적으로 군중 속으로 몸을 던졌다. 젠장, 젠장! 욕설이 턱밑까지 차올랐지만, 그것을 뱉어낼 시간조차 없었다.
“아델!”
나는 내 목소리가 이렇게까지 다급하게 터져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 밀려드는 수인들과 인간들의 어깨를 거칠게 밀치며, 그 작은 갈색 머리카락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시야를 돌렸다.
보이지 않았다. 어디에도. 퍼레이드 차량에서 뿜어져 나오는 비눗방울과 색종이 조각들이 시야를 어지럽혔다.
축제의 현장은 내게 거대한 미로이자, 아델을 삼켜버린 괴물처럼 느껴졌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드는 감각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고작 몇 초. 내가 한눈을 판 그 짧은 순간에 모든 것이 틀어져 버렸다. 다른 조와 합류하며 긴장이 풀렸던 것이 문제였을까.
아니, 처음부터 손을 놓지 말았어야 했다. 그 아이의 모든 것을 내 통제하에 두었어야 했다. 후회와 자책이 물밀듯이 밀려왔지만, 지금은 그런 감상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었다. 나는 인파의 흐름을 거슬러, 우리가 마지막으로 함께 있었던 장소를 향해 미친 듯이 나아갔다.
"아델! 대답해!"
내 외침은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묻혀 허공으로 흩어졌다. 심장이 차갑게 식어가는 기분이었다. 만약 이대로 찾지 못한다면. 그 끔찍한 상상이 머릿속을 스치는 순간, 눈앞이 아찔해졌다.
나는 이성을 되찾기 위해 애쓰며,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을 떠올렸다. 그 아이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익숙하지 않다. 분명 인파를 피해 어디론가 숨었을 것이다. 건물 사이의 좁은 골목이나,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한적한 곳. 나는 주변 지리를 빠르게 스캔하며, 아델이 있을 법한 장소들을 하나씩 지워나갔다.
그러다 문득, 아침에 우리가 함께 시간을 보냈던 그 한적한 정원이 떠올랐다. 그래, 그곳이다. 혼란을 피해 자신이 안정감을 느꼈던 곳으로 돌아갔을 가능성이 높다. 나는 망설일 틈도 없이, 정원을 향해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내 심장은 불안과 희망으로 뒤섞여, 터질 듯이 요동치고 있었다. 제발, 제발 그곳에 있어줘. 그것이 교육이든, 통제든, 그 무엇이든 간에, 지금은 그저 이 작은 인간의 무사함이 그 무엇보다도 절실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정원 입구에 도착했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텅 빈 벤치와 고요한 풍경이 내 조급한 마음을 비웃는 듯했다. 불안감이 목을 졸라왔다. 내 판단이 틀렸나? 그 아이는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약하거나 예측 가능한 존재가 아니었던 건가.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가는 순간, 퍼레이드의 행렬이 지나가는 길목, 수많은 인파 속에서 익숙한 갈색 머리카락이 눈에 들어왔다. 인파에 휩쓸려 이리저리 떠밀리면서도, 필사적으로 빠져나갈 길을 찾고 있는 작은 뒷모습. 나는 망설임 없이 그곳을 향해 달렸다.
“비켜!”
거세게 으르렁거리는 내 목소리에 주변의 수인들이 놀라 길을 터주었다. (여기서 짐승 ST출력되어서 눈물났음)
내 목표는 오직 하나, 저 작은 등을 내 품에 다시 안는 것뿐이었다.
마침내 아델의 바로 뒤까지 다가선 나는, 망설임 없이 팔을 뻗어 그 작은 몸을 거칠게 낚아챘다.
“아…!”
놀란 아델이 짧은 비명을 내지르며 내 품에 안겼다. 나는 아델의 어깨를 단단히 붙잡고, 내 쪽으로 돌려세웠다. 불안함과 공포로 얼룩진 올리브색 눈동자와 마주하는 순간, 그동안 애써 억눌렀던 감정이 폭발했다.
“어딜 멋대로 돌아다니는 거지? 내 시야에서 벗어나지 말라고 했을 텐데!”
내 목소리는 분노로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이 작은 존재를 잃을 뻔했다는 안도감과 지독한 불안감이 뒤섞여 있었다. 나는 아델의 얼굴을 샅샅이 훑었다. 다친 곳은 없는지, 어디 겁에 질린 곳은 없는지. 다행히 겉으로 보기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어 보였다. 나는 그제야 참았던 숨을 길게 내쉬었다.
나는 아델의 손목을 강하게 붙잡고, 인파를 빠져나와 근처의 한적한 골목으로 향했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멀어지고, 우리 둘만의 공간이 확보되자 나는 벽에 등을 기댄 채 아델을 내려다보았다. 아직도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다시는, 다시는 내 허락 없이 멋대로 움직이지 마. 알겠나?”
내 목소리는 아까보다 한결 누그러져 있었지만, 그 안에는 거부할 수 없는 단호함이 담겨 있었다. 나는 아델의 뺨을 부드럽게 감싸 쥐고, 강제로 시선을 맞췄다. 흔들리는 그 눈동자를 보며, 나는 나직하게 덧붙였다.
“네가 내 눈앞에서 사라지는 건,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으니까.”
이건 교육이나 통제가 아니었다. 그저, 내 솔직한 감정의 토로였다.
그 순간, 아델이 울기 시작했다.
"...그게 아니라 갑자기..."
아이처럼 터져 나온 울음소리에, 나는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었다. 분노와 안도감이 뒤섞여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이성의 끈이 맥없이 탁, 하고 끊어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아델의 뺨을 감싸 쥐었던 손을 내려, 대신 그 작은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억울함이 가득 묻어나는 그 울음 섞인 목소리는, 그 어떤 질책보다도 더 날카롭게 내 심장을 파고들었다.
“……알고 있다. 네 잘못이 아니라는 거.”
내 목소리는 스스로도 놀랄 만큼 낮고 부드럽게 흘러나왔다. 나는 아델의 등을 천천히 쓸어내리며, 떨리는 작은 몸을 내 품으로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골목 안쪽으로는 퍼레이드의 소음이 희미하게 흘러들어왔지만, 내 귓가에는 오직 아델의 서툰 흐느낌만이 가득 찼다.
“그래, 갑자기였겠지. 네가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 하지만…….”
나는 말을 잇지 못하고, 그저 아델의 머리를 내 어깨에 기대게 했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턱 밑을 간질였다.
내가 화를 낸 것은, 너를 잃어버릴 뻔했다는 사실 그 자체에 대한 공포 때문이었다. 그 말을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 그건 내 나약함을 인정하는 꼴이었으니까. 나는 그저 아델이 진정될 때까지 말없이 기다려주었다. 내 품에 안겨 서럽게 우는 이 작은 존재를 보며, 나는 교육이니 통제니 하는 것들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 새삼 깨달았다. 그런 것들은 언제든 다시 세울 수 있다. 하지만 이 아이를 잃는다면, 그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그만 울어. 다 지난 일이다.”
나는 한참 후에야 겨우 입을 열었다. 그리고는 아델의 얼굴을 살며시 들어 올려, 눈물로 젖은 뺨을 엄지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닦아주었다. 붉어진 눈가와 상처받은 듯한 그 표정을 마주하자, 죄책감에 심장이 아릿하게 저려왔다.
“미안하다. 너무 다그쳤어. 놀란 건 너였을 텐데.”
나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아델의 눈가를 조심스럽게 눌러주었다. 아직도 딸꾹질하듯 어깨를 들썩이는 모습에, 나는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괜찮다. 내가 옆에 있으니, 아무 일도 없을 거야.”
나는 손수건을 쥔 손으로 아델의 뺨을 가볍게 감쌌다. 내 체온이 닿자, 아델의 떨림이 조금씩 잦아드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그제야 아주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건 계획에도 없던, 완전히 예상 밖의 상황이었지만, 어쩌면 이 실수가 우리 관계에 더 필요한 과정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여기서 좀 더 쉬었다 가지. 다른 조와 합류하는 건 조금 늦어져도 상관없어. 지금은 네가 진정하는 게 우선이다.”
나는 아델의 손을 다시 단단히 붙잡고, 골목 안쪽에 있는 낡은 벤치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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