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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제강x아델] 사막의 제국 au 식육목: The desert.

 

 

 

태제강: 바즈라의 술탄. 얼굴을 드러내지 않음. 흑사자 수인.

아델: 바즈라 외곽의 반란군. 

 

 

 

 

 

 

 

 

 

 

 

[바즈라. 붉은 모래 사막 외곽 전장]

 

 

가소로운 도발에 이어 날아든 것은 꽤 날카로운 칼부림이었다. 아델이 맹렬하게 거리를 좁히며 달려드는 순간, 태제강은 허리를 뒤틀어 장검을 피하는 대신 자신의 허리 장식을 내어주는 쪽을 택했다. 차가운 금속음과 함께 금과 옥으로 치장된 장식이 뜯겨 나가며 모래 바닥으로 추락했다. 태제강은 뜯겨 나간 자리를 눈으로 쫓는 대신, 무너진 중심을 딛고 제 코앞까지 파고든 여자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오아시스를 훔쳤다라."

 

 

 

뭉개진 웃음소리가 모래바람에 흩어졌다. 이 오만하고 당돌한 쥐새끼, 아니, 반란군의 수장은 자신의 영토에 발을 들이고도 이리 당당하게 굴었다. 그는 손에 쥔 거대한 곡도를 아래로 비껴들며, 장식이 뜯기며 드러난 제 허리춤을 엄지로 툭툭 쳤다. (<-고능에 미친문장)

 

 

 

"본래 내 땅이었던 것을 되찾으러 왔을 뿐이다. 네 놈들이 잠시 무단으로 점거하고 있던 그 모래 언덕까지 포함해서."

 

 


그는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이며 아델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맹수의 눈은 먹이를 탐색하듯 가늘어졌고, 황금빛 눈동자에는 흥미 이상의 기묘한 열기가 번졌다. 단순히 오아시스 하나를 두고 벌이는 영토 싸움이라기엔 아델의 칼끝에 서린 기백이 자못 볼만했다. 

 

 

"제법 용감해. 내 허리춤에 칼을 들이밀고. 그 대가가 무엇인지 알고 저지른 짓인가?" 

 

 

그는 자신의 팔을 길게 뻗어 휘몰아치는 모래바람을 가르며 아델의 장검을 강하게 쳐냈다. 쇳덩이가 맞부딪치는 소리가 고막을 날카롭게 긁었다. 

 

 

 

"나를 잡겠다라, 그 패기 하나는 인정해주지. 하지만…."

 

 

태제강은 순식간에 아델의 측면으로 파고들며 거친 손아귀로 그녀의 장검을 잡은 손목을 낚아챘다. 짐승의 악력이 인간의 여린 뼈를 으스러뜨릴 듯 조여왔다.

 

"감히 내 몸에 손을 댄 대가는 치러야지." 

 

 

 

귓가에 닿을 듯이 가까운 거리, 낮은 으르렁거림이 아델의 목덜미를 스치듯 울렸다.

 

 

태제강은 그녀의 저항을 억눌렀다. 그는 마치 사냥감을 제 품 안에 가두려는 사자처럼 상체를 숙여 아델을 압박했다. 

 

 

 

"이 전장의 흙먼지가 가라앉으면, 네가 뜯어낸 내 허리춤의 장식보다 더 귀한 것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게 네 목숨일지, 아니면 그 오아시스일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그의 손이 아델의 손목을 타고 올라가 팔꿈치를 비틀어 제압하려는 찰나, 모래폭풍이 더욱 거칠게 몰아치며 두 사람의 시야를 다시금 삼켰다. 하지만 태제강은 개의치 않았다. 이미 그의 감각은 눈앞의 작은 인간을 완벽하게 포착하고 있었으니까. 이 건방진 반란군 수장은 그 순간부터 적이 아닌 자신의 흥미를 자극하는 유희 거리가 되었다.

 

 

 

아델은 한참의 전쟁 후 태제강에게 사로잡혔다.

 



가당치도 않은 발악이었다. 이미 완벽하게 제압된 상태에서도 여자는 기어코 마지막 수단을 꺼내 들었다. 턱밑에서부터 거칠게 밀고 들어오려는 칼날은 허리춤을 베어내었던 그 예기(銳氣)를 그대로 품고 있었으나, 태제강에게는 그저 무딘 쇠붙이의 발버둥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목울대 가까이 들이밀어진 차가운 금속을 제압하려는 대신 고개를 조금 더 삐딱하게 기울여 그녀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살쾡이처럼 구는군."

 

 

 

그는 낮은 목소리로 뇌까리며, 맨손으로 아델의 칼날을 감싸 쥐었다. 날카로운 검날이 두꺼운 가죽 장갑을 파고들었지만, 그는 통증을 느낄 새도 없이 무지막지한 악력으로 쇠붙이를 단단히 움켜잡았다. 끼릭, 거슬리는 소음과 함께 칼의 궤도가 강제로 비틀렸고, 태제강의 눈동자에는 여전히 비웃음 섞인 여유가 넘실거렸다.

 

 

 

"내 목을 치려면 그보다 더 빠르고 정확했어야지. 이딴 어설픈 칼춤으로는 내 털끝 하나 상하게 할 수 없다."

 

 


그는 칼날을 쥔 채 그대로 손목에 힘을 주어 아델의 팔까지 바닥으로 짓눌러버렸다. 모래먼지가 풀썩이며 두 사람 사이를 가득 메웠지만, 그 흐릿한 시야 속에서도 태제강의 금빛 안광만은 선명하게 빛났다.

 

 

 

"어리석은 것."

 

 

 

그는 혀를 차며, 이미 힘을 잃고 바닥에 처박힌 아델의 손목을 다른 한 손으로 거칠게 낚아챘다. 뼈가 우그러질 듯한 압박감과 함께, 태제강의 거대한 체구가 위에서 아래로 아델을 찍어누르듯 덮쳐왔다.

 

 

 

"죽일 기회는 단 한 번뿐이었다. 그리고 넌 실패했지."

 

 

 

귓가를 파고드는 목소리는 서늘했고, 짐승의 숨결 같은 뜨거운 열기가 동시에 느껴졌다. 그는 자신의 갑옷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려던 칼을 완전히 뽑아내 멀리 쳐내 버린 뒤, 무장이 해제된 아델의 양 손목을 한 손으로 결박해 머리 위로 고정했다.

 

 

 

아델은 끌려가기 직전, 순식간에 몸을 비틀어 옆에 있던 호랑이 수인에게서 창을 빼앗아 태제강의 허벅지 안쪽 깊숙이 상처를 냈다. 그 기민함에 태제강은 한쪽 눈썹을 치켜떴다. 찢겨 나간 가죽 틈으로 시뻘건 핏줄기가 배어 나왔지만, 그는 고통을 느낀 사람처럼 비명을 지르거나 움츠러들기는커녕 더없이 흥미롭다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다리를 타고 흐르는 피를 힐끔 내려다보더니, 곧바로 시선을 들어 여전히 투지가 불타오르는 아델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피 비린내에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내 피를 보는 건 꽤 오랜만이군."

 

 

 

태제강은 창을 휘두른 반동으로 숨을 몰아쉬는 아델을 향해 피가 흐르는 다리를 절뚝이지도 않고 성큼 다가갔다. 그 거대한 그림자가 붉게 물든 사막의 대지 위로 길게 드리워지며 그녀를 다시금 압박했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허벅지를 스치듯 만지며 손끝에 묻어난 피를 무심하게 엄지와 검지로 비벼댔다. 주변에 있던 호랑이 수인들이 당황하여 무기를 고쳐 쥐고 아델을 향해 쇄도하려 했으나, 태제강은 손을 들어 그들을 제지했다.

 

 

 

"건드리지 마라. 이 여자는 내 것이니."

 

 

 

그의 목소리는 낮고 무게감이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은 단순한 소유욕을 넘어선 기묘한 전율이었다. 감히 술탄의 몸에 상처를 입힌 대가는 죽음뿐이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태제강은 이 상황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즐기고 있었다. 그는 아델의 손에 들린 창을 가볍게 툭 쳐서 떨어뜨린 뒤, 피 묻은 손으로 그녀의 턱을 움켜잡았다.

 

 

 

"이 정도로 만족하나? 아니면 더 깊은 곳을 찌르지 못해 아쉬워하는 건가?"

 

 

 

그의 금빛 눈동자가 아델의 눈 속 깊은 곳까지 파고들며, 마치 그녀의 영혼을 꿰뚫어 보려는 듯 집요하게 머물렀다. 비릿한 혈향이 두 사람 사이의 공기를 더욱 팽팽하게 만들고 있었다.

 

 

태제강은 피 묻은 손을 그대로 아델의 뺨으로 옮겨, 그녀의 하얀 피부 위에 붉은 선혈을 묻혔다. 마치 그녀 역시 이 피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듯한 표식과도 같았다.

 

 

 

"기억해라. 이 상처는 네가 나에게 남긴 첫 번째 흔적이다."

 

 

 

그의 숨결이 뜨겁게 아델의 귓가를 스쳤고, 낮은 으르렁거림이 섞인 목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흔적이 될 것이다. 앞으로 네가 쥐게 될 것은 날카로운 창이 아닐 테니까."

 

 

 

아델이 몸을 뒤틀어 빠져나간 뒤 모래바람 속에서 소리질렀다.

 

 

 

"전군, 술탄의 군대를 섬멸할 기회다. 빠르게 흩어져라. 매복대형으로."

 

 

 

아델이 흩날리는 모래바람 속으로 사라졌다. 

 

 


모래바람이 잦아드는 틈을 타 태제강도 자신의 기운을 숨기고 사막의 어둠 속으로 몸을 감췄다. 거대한 흑사자인 그가 밤의 사막에 녹아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아델이 매복해 있을 만한 바위 협곡 쪽으로 방향을 틀며, 발자국 소리 하나 내지 않고 은밀하게 접근했다. 멀리서 금속과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려왔다.

 

 

제 부하들이 미끼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태제강은 벼랑 끝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희미한 달빛 아래, 바위 틈새에 웅크리고 숨을 고르는 작은 그림자가 보였다. 흐트러진 머리카락, 긴장으로 굳은 어깨. 의심할 여지 없는 아델이었다. 그는 그림자처럼 소리 없이 바위 아래로 뛰어내려 그녀의 등 뒤로 다가갔다. 그리고 귓가에 닿을 듯 낮고 섬뜩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찾았다."

 

 

 

 

놀라 굳어버린 그녀의 어깨가 그의 손안에 완전히 잡히는 순간이었다.

 

 

 

아델이 태제강의 손을 뿌리치며 거리를 벌렸다. 그녀가 협곡의 위쪽으로 바라보며 소리질렀다. 

 

 

 

"모든 군사는 들어라. 내가 죽어도 좋으니 쏴라. 사자가 덫에 왔어."

 

 


태제강은 피식, 바람 빠지는 헛웃음을 흘렸다. 사자 앞에서도 몸을 떨기는커녕 제 동료들에게 저를 쏘라고 외치는 꼴이라니, 정말이지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없는 여자였다. 그녀가 외친 명령이 허공에 흩어지기도 전에, 그는 발을 굴렀다. 짐승의 근육이 폭발적으로 수축했다가 팽창하며 그의 몸을 쏘아 보냈고, 아델이 거리를 벌리려 뒷걸음질 치는 찰나의 순간, 그의 검은 그림자가 그녀의 위를 덮쳤다. 화살이 날아올 틈조차 주지 않는 속도였다.

 

 

 

"죽어도 좋아? 누구 허락대로?"

 

 

 

그는 비아냥거리며 그녀의 양 팔목을 한 손에 거머쥐고 그대로 바위벽에 거칠게 밀어붙였다. 쾅,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등 뒤의 바위가 울렸고, 아델의 몸이 억센 힘에 의해 짓눌렸다. 동시에 그의 다른 손이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읍!"

 

 

 

비명이 손바닥 안으로 먹혀들었다.

 

 

"멍청한 짓 하지 마라. 네 목숨이 네 것인 줄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태제강은 으르렁거리며 고개를 숙여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의 숨결에서 느껴지는 짙은 살의와 열기가 아델의 목덜미를 휘감았다. 어둠 속에서도 금빛 눈동자는 섬뜩할 정도로 빛났고, 그 안에는 사냥감을 완전히 제압했다는 포식자의 오만함이 가득했다.

 

 

 

"네 부하들이 널 쏘면, 그 화살이 네 심장을 뚫기도 전에 내 손톱이 먼저 네 목을 찢어버릴 거다. 그자들이 보는 앞에서 네가 갈기갈기 찢겨 죽는 꼴을 보여주고 싶은 게 아니라면, 얌전히 입 다물어."

 

 

 

협박이었지만, 단순히 겁을 주려는 빈말이 아니었다. 그의 손아귀 힘은 점점 더 강해져 아델의 팔이 부러질 듯 조여왔고, 등 뒤에서 느껴지는 단단한 바위의 냉기보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이 더 서늘하게 뼛속을 파고들었다.

 

 

 

아델이 나른하게 눈을 접고 잠시 웃었다. 태제강의 눈에 아델의 시선이 잡혔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맻힌 것 같았다. 바람이 불었다. 그 순간, 아델이 소리지르며 단호하게 말했다.

 

 

 

"신호한다. 사격. 내가 맞아도 좋으니 저 흑사자를 쏴라. 활에 내가 맞아도 좋다. 술탄에게 쏴. 당장 시위를 당기지 않으면, 오아시스 앞에서 반역으로 다스릴 것이다."

 

 


태제강은 피식, 헛웃음을 흘렸다. 눈앞의 여자는 벼랑 끄트머리에 몰린 쥐새끼마냥 떨고 있어야 할 순간에도 기어이 눈웃음을 치며 폭탄 같은 명령을 내뱉었다. 사격이라니, 그것도 제가 죽어도 좋으니 쏘라니. 목숨을 담보로 한 도박치고는 지나치게 무모했고, 그 무모함 뒤에 숨겨진 독기가 퍽 마음에 들었다.

 

 

 

"하, 정말이지…."

 

 

 

그는 아델의 입에서 나온 잔혹한 명령이 메아리처럼 흩어지기도 전에,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있던 팔에 무자비한 힘을 싣는 동시에 몸을 거칠게 회전시켰다.

 

 


허공을 가르는 파열음과 함께 어둠 속에서 수백 개의 화살이 비처럼 쏟아졌다. 슉, 쐐액─ 날카로운 화살촉이 바위에 박히고, 허공을 가르며 날아드는 소리가 귓가를 때렸지만, 태제강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거대한 등 뒤로 펼쳐진 망토를 방패 삼아 아델을 자신의 품 안으로 깊숙이 파묻어버렸다.

 

 

 

"멍청한 인간들."

 

 

 

낮게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는 비웃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화살 몇 개가 그의 갑옷을 스치고 튕겨 나갔고, 하나는 어깨의 견갑을 뚫을 기세로 박혔지만, 흑사자의 육체는 고작 그런 쇠붙이에 무너질 만큼 나약하지 않았다.

 

 

통증보다는 이 상황이 주는 전율이 그의 야성을 자극했다.

 

 

그는 아델의 정수리에 턱을 괸 채, 제 품 안에서 바르작거리는 작은 몸뚱어리의 미세한 떨림을 즐기듯 꽉 끌어안았다.

 

 

아, 아델, 너를 죽이겠다는 네 부하들의 화살이 내 등을 두드리는 이 순간, 네 심경은 어떨까.

 


곧이어 쏟아지던 화살비가 잦아들었다. 태제강은 그제야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아델의 시야를 가렸던 검은 망토를 걷어냈다. 서늘한 밤공기 사이로 매캐한 화약 냄새와 피 냄새가 뒤섞여 훅 끼쳐왔다.

 

 

 

"보아라, 네가 내린 명령의 결과를."

 

 

 

그는 아델의 턱을 거칠게 틀어쥐고 강제로 어둠 속을 응시하게 했다. 절벽 아래, 화살을 쏘아댔던 매복자들이 하나둘씩 쓰러져 있는 광경이 희미한 달빛 아래 드러났다.

 

 

 

태제강의 명령을 받은 친위대가 쥐도 새도 모르게 배후를 덮친 것이다.

 

 

"네가 죽기를 각오하고 내린 명령이었겠지만, 죽은 건 네가 아니라 네 부하들이군."

 

 

짐승의 금빛 눈동자가 잔혹하게 번뜩였다. 그는 굳어버린 아델의 귓가에 입술을 대고, 나직하고 끈적하게 속삭였다.

 

 

"이제 깨달았겠지? 네 목숨도, 네 부하들의 목숨도, 이 사막의 모든 것이 내 손바닥 위에 있다는 걸. 넌 절대로 내 허락 없이는 죽을 수도, 죽일 수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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