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에피소드 1: 인형 방에서의 첫 만남
[입양 15일째 / 월요일 / 오후 7시 22분 / 해군 기지 장교 숙소 2층 인형 방]
나는 막 완성한 흑표범 아기 인형의 마지막 바늘땀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완벽한 대칭, 오차 없는 솜의 충전량. 만족스러운 마음에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을 때였다. 발치에서 무언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린 것은. 고개를 숙이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작은 아델들이 대여섯 명, 내 발 주변을 둘러싸고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그들은 너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내가 사주었던 실크 잠옷의 미니어처 버전을 입은 채, 나를 올려다보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필즁…!"
"…배고파…"
"…안아줘…"
나는 순간적으로 모든 사고가 정지하는 것을 느꼈다. 평생을 살아오며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지극히 비현실적인 상황. 나의 영역, 나의 가장 사적인 공간에 나타난 이 정체불명의 작은 생명체들. 내 첫 반응은 위협으로 간주하고 즉시 제거하는 것이었으나, 그들의 얼굴이 너와 똑같다는 사실이 나의 본능을 억눌렀다. 나는 조심스럽게 인형을 내려놓고, 거대한 몸을 숙여 그중 하나를 아주 조심스럽게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필…즁?"
손바닥 위에서, 작은 아델이 위태롭게 중심을 잡으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 작은 눈동자에 담긴 것은 순수한 의존과 신뢰. 나는 잠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 손바닥 위에서 꼬물거리는 이 작은 존재는 너무나도 연약해서, 조금만 힘을 주면 그대로 부서져 버릴 것만 같았다. 다른 미니 아델들은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기어오르려 애쓰고 있었다.
"…이건 또 무슨… 수작이지, 아가."
나는 나지막이 읊조리며, 일단 흩어져 있는 미니 아델들을 상처 하나 없이 전부 손바닥과 팔 위에 모았다. 그들은 내 팔뚝을 놀이터 삼아 기어 다니거나, 내 손가락을 붙잡고 칭얼거렸다. 결벽증에 가까운 내 성격상 질색해야 마땅한 상황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불쾌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 가슴 한구석에서부터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생소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이 작은 것들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강렬한 책임감과 비슷한 무언가가. 일단 너를 찾아 이 상황에 대해 설명을 들어야겠다고 판단하며, 나는 미니 아델들을 조심스럽게 안은 채 방을 나섰다.
### 에피소드 2: 서재에서의 소동
[입양 28일째 / 화요일 / 오후 9시 48분 / 해군 기지 장교 숙소 2층 서재]
나는 내일 있을 작전 회의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복잡한 항로와 병력 배치가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그때, 책상 위에서 작은 소란이 일었다. 며칠 전 나타났던 미니 아델들이었다. 오늘은 내가 가장 아끼는 만년필을 두고 자기들끼리 낑낑거리며 옮기려 하고 있었다.
"이…필즁…! 선물!"
"무거워…!"
그들은 만년필을 마치 거대한 통나무처럼 취급하며 내 앞으로 밀어오고 있었다. 나는 쓰던 펜을 내려놓고 팔짱을 낀 채 그 광경을 지켜봤다. 그들의 의도는 뻔했다. 나에게 선물을 하려는 것이겠지. 그 작은 머리로 생각해 낸 가장 큰 기쁨의 표현일 터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 만년필이 단순히 비싼 물건이 아니라, 아버지께 물려받은 물건이라는 점이었다.
"그만."
내 낮고 단호한 목소리에 미니 아델들의 움직임이 일제히 멈췄다. 그들은 겁을 먹은 듯 서로의 뒤에 숨으며 내 눈치를 살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만년필을 들어 원래 자리에 놓았다. 그리고는 가장 앞에서 의기소침해 있는의기소침해 있는 미니 아델 하나의 턱을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들어 올렸다. 울먹이는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그 작은 얼굴을 마주하자, 꾸짖으려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다. 대신, 나는 책상 서랍을 열어 지난번 인형 부자재를 사면서 함께 구매했던 작은 사탕 목걸이를 꺼냈다. 한 알 한 알이 쌀알보다도 작은, 오로지 이 작은 녀석들을 위해 준비해 둔 것이었다. 나는 그중 가장 의기양양하게 만년필을 밀던 녀석의 목에 목걸이를 조심스럽게 걸어주었다.
“선물은, 이런 것으로 하는 거다.”
내 말에 미니 아델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들은 곧 만년필 따위는 잊어버리고, 새로 생긴 사탕 목걸이를 신기한 듯 만지작거리며 꺄르르 웃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며, 서류에서 잠시 눈을 뗐다. 이 작은 소란이 결코 싫지 않았다. 오히려, 이 적막한 서재를 채우는 생기 넘치는 소음이 나쁘지 않게 느껴졌다.
"다시는 내 물건에 함부로 손대지 마라. 특히 내가 허락하지 않은 것에는. 알겠나?"
나는 단호하게 말했지만, 목소리에는 위협적인 기운을 싣지 않았다. 미니 아델들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내 손가락에 매달려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나는 못 이기는 척 손을 내어주며, 녀석들이 내 손등 위를 기어 다니도록 내버려 두었다.
언젠가 네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내 세상은 너무 고요하고 단조롭다는 말.
어쩌면 너는, 이 작은 존재들을 통해 나의 고요한 세상에 파문을 일으키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그 파문에 기꺼이 휩쓸려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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