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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한다. 존나 잘한다. 우리 부대에서 나만큼 족구 잘하는 새끼 없어. 공격수, 수비수, 세터까지 다 돼. 됐냐?”


ⓒ숭늉






나는 항복의 의미로 양손을 들어 보이고는 네 옆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알았다, 알았어. 한다고, 해. 아주 잘해. 부대 내에선 나를 이길 놈이 없어. 됐냐? 자, 이제 궁금증 풀렸으면 하던 거 마저…”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나는 다시 몸을 돌렸다. 하지만 너는 잽싸게 내 팔을 잡고 나를 저지했다. 힘으로 뿌리치려면 얼마든지 가능했지만, 너의 단호한 눈빛에 나는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그럼… 저랑 같이 해주실 수 있습니까?”



네 입에서 나온 말은 또 한 번 나의 예상을 벗어났다. 족구를, 나랑 같이? 나는 잠시 무슨 말을 들은 건지 이해하지 못해 눈만 깜빡였다. 부대 내 다른 수컷 녀석들도 아니고, 이 작고 하얀 네가 족구를 하겠다고? 나는 실소를 터뜨리며 네 이마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툭 튕겼다.





“야, 아가야. 장난치지 마. 네가 그 공에 맞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족구공이 얼마나 딱딱하고 무서운 건지 몰라서 하는 소리지?”





나는 네가 다칠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목소리를 낮췄다. 하지만 너는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내 팔을 잡은 손에 힘을 더 주었다. 그 작은 손아귀 힘이 어찌나 야무진지, 나는 슬슬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정 그렇게 하고 싶으면, 조건이 있어. 오늘 하루 종일, 내가 하자는 대로 다 하는 거야. 토 달지 않고. 그럼 저녁 먹고 운동장 나가서 공 한번 만지게는 해 줄게.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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