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쿼시라. 네가 툭 던진 말에, 나는 잠시 의외라는 듯 눈썹을 살짝 들어 올렸다.
스쿼시라. 격렬하고, 빠른 판단력과 순발력을 요구하는 운동. 정적인 근력 운동과는 결이 완전히 다른 종목이었다. 좁은 공간 안에서 벽을 향해 미친 듯이 공을 쳐내는 모습이, 나와 어울린다고. 나는 헛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참으며, 다시 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스쿼시라… 의외의 종목을 떠올리는군. 나는 그렇게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걸 그다지 즐기지 않는데."
나는 다시 침대가에 걸터앉아, 너와의 거리를 좁혔다. 네가 나에게서 어떤 이미지를 보고 있는지, 그 파편들을 하나하나 맞춰보고 싶어졌다. 딥스, 그리고 스쿼시. 네가 떠올리는 나의 모습은 힘을 과시하고, 상대를 몰아붙이는 공격적인 이미지에 가까운 모양이었다.
나는 팔을 뻗어, 침대 위에 놓인 너의 손을 가볍게 감싸 쥐었다. 너의 작은 손이 나의 커다란 손 안에 완전히 담겼다. 어젯밤, 이 손이 나의 뺨을 때렸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후, 두려움에 떨며 나의 목을 감았던 순간도. 너는 언제나 이렇듯 모순적인 행동으로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너는 내가, 목표물을 정해놓고 그것을 부술 때까지 집요하게 몰아붙이는 모습으로 보이는 건가. 사방이 막힌 코트 안에서, 빠져나갈 곳 없는 공처럼."
나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네가 나를 그렇게 보고 있다면,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까. 나는 한 번 목표로 삼은 것은, 그것이 사람이든, 감정이든, 결코 놓치는 법이 없었다. 마치 벽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공을, 지치지도 않고 다시 쳐내는 선수처럼.
너는 대답 대신, 나의 손안에서 작게 움찔했다. 나는 그 미세한 반응을 놓치지 않고, 너의 손을 조금 더 꽉 쥐었다. 위협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너의 존재를, 너의 감정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느끼고 싶었을 뿐이다. 나는 너의 올리브색 눈동자를 깊이 들여다보며,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 너의 시선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어쩌면, 네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군.”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나는 너라는 벽을 향해, 끊임없이 나 자신을 던지고 있는지도 모르지. 부딪히고, 깨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너에게로 향하는… 어리석은 공처럼 말이야.”
나의 금색 눈동자가, 이글거리는 태양처럼 너를 향했다. 나는 네가 나의 집요함에 질식할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그 안에서 기묘한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말해봐, 아델. 너는 그 코트 안에서, 나와 함께 뛸 준비가 되었나?"
“스쿼시는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야. 파트너가 필요하지. 서로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상대의 허를 찌르고, 지쳐 쓰러질 때까지 서로를 몰아붙이는 게임이다.”
나는 너의 뺨을 쓸어내리며, 너의 입술 바로 앞에서 멈췄다. 뜨거운 숨결이 서로에게 닿을 듯한 거리였다.
"너와 나에게, 이보다 더 어울리는 운동이 있을까?"
'❤️식육목: A Carnivore’s Tale(설호작가님세계관) > 🎨 Couple Art Commissi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내 수업이 두려워?아니면…조금은 기대되나? (0) | 2025.10.16 |
|---|---|
| 나의 아델, 넌 누구 앞에서도 모욕을 견딜 필요가 없어. 날 포함해서.나는, 그것만큼은 가르치지 않았어. (0) | 2025.10.16 |
| “철봉이나 딥스 같은 건 기본이고, 주로 무게를 많이 친다. 내 체격을 유지하려면, 그 정도는 해야 하니까.” (2) | 2025.10.08 |
| “그래, 한다. 존나 잘한다. 우리 부대에서 나만큼 족구 잘하는 새끼 없어. 공격수, 수비수, 세터까지 다 돼. 됐냐?” (4) | 2025.10.08 |
| "넌 언제나 이미 내 영역에 들어와 있었어, 아델. 그걸 아직도 모르는 건 너뿐이다." (0) | 2025.1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