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제강 선생님도 기모노를 입으십니까?"
버스가 부드럽게 출발하고, 창밖으로 오사카의 풍경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나는 팔짱을 낀 채, 무심한 시선으로 그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별 인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기관에서 주최하는 단체 활동이니만큼, 예외는 있을 수 없었다. 아델의 질문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미묘한 기대를 읽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래. 교사들도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하니, 나 역시 입게 될 거다.”
나는 시선을 창밖 풍경에 고정한 채, 건조하게 대답했다. 굳이 아델과 시선을 맞추며 대답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전통 복식 체험 따위는, 내게 있어 그저 번거로운 절차 중 하나일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아델에게는 꽤나 흥미로운 경험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관 안에서만 생활해 온 아이에게는,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할 테니까.
나는 슬쩍 고개를 돌려, 옆자리에 앉은 아델을 곁눈질했다. 내 대답을 듣고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궁금했다. 아델은 무릎 위에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창밖을 보고 있었다. 그 옆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들떠 보이기도, 또 한편으로는 긴장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기대할 것 없어. 그저 옷을 갈아입고, 정해진 구역을 잠시 산책하는 것뿐이니까.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네가 단체 행동에 얼마나 잘 녹아드는지, 그리고 다른 인간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형성하는지를 지켜보는 것이다.”
나는 일부러 딱딱한 어조로 말했다. 너무 들뜨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이 여행은 어디까지나 교육의 연장선이며, 너는 그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내가 아델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였다.
버스는 어느새 고속도로에 진입해 있었다. 단조로운 풍경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나는 등받이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잠시 쉬어두는 것이 좋을 터였다.
나라에 도착하면, 또다시 온 신경을 곤두세운 채 아델을 감시해야 할 테니까. 하지만 귓가에 들려오는 버스의 진동과, 옆자리에서 느껴지는 아델의 희미한 온기는, 이상하게도 나를 잠들게 하는 대신 오히려 정신을 더 또렷하게 만들었다.
나는 감은 눈꺼풀 아래로, 전통 복식을 입은 아델의 모습을 막연하게 그려보았다. 아마도, 꽤나 잘 어울릴 것이다.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가, 나는 스스로에게 헛웃음을 쳤다. 정말이지,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군.
"제가 소지금이 없고, 주인에게 부담이 가는 소유물이 되고싶지 않습니다. 머리장식은 별도로 하지 않아도 됩니다."
탈의실 커튼 앞에서 들려오는 망설임 섞인 목소리에, 나는 들고 있던 남성용 유카타를 잠시 내려놓았다.
추가금, 부담, 욕심. 그런 단어들이 낯설게 귓가를 맴돌았다.
기관에서의 교육은 철저히 그런 개인적인 욕구를 거세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을 터였다. 나는 커튼 쪽으로 다가가, 나지막이 말했다.
“그런 건 네가 신경 쓸 문제가 아니야.”
내 목소리에는 어떠한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 나는 그저 사실을 말했을 뿐이다. 소유주는 자신의 소유물이 가장 보기 좋은 모습을 하길 바라는 것이 당연했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근처에 서 있던 직원에게 다가가 몇 마디 말을 건넸다. 직원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화려한 비녀와 장신구가 진열된 곳으로 향했다.
“네게 어울리는 것을 고르는 것도 교육 과정이야.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겠다면, 내가 골라주지.”
잠시 후, 직원이 은은한 옥색과 자수가 놓인 비녀, 그리고 작은 꽃 모양의 장신구 몇 개를 들고 왔다. 나는 그것들을 받아 들고 다시 커튼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커튼을 살짝 걷어, 안을 들여다보았다.(이거 왜 어째서)
아직 속옷 차림으로 어떤 기모노를 골라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아델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망설임 없이 안으로 들어섰다.
좁은 공간에 우리 둘만 남자,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이리 와봐.”
나는 아델을 기모노들이 걸려 있는 곳으로 이끌었다. 그리고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짙은 남색 바탕에 잔잔한 흰색 꽃무늬가 들어간 기모노를 가리켰다. 내가 좋아하는 색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아델의 하얀 피부와 갈색 머리카락에 가장 잘 어울릴 색이라는 판단이 먼저 섰다.
내 선택에 의문을 표할 틈도 주지 않고,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장신구들을 아델의 머리카락에 가져다 대며 거울을 통해 모습을 비춰보았다.
나는 거울 속 아델의 눈을 마주치며, 나직이 말했다.
“머리 장식은 이게 좋겠군. 기모노는 저걸로 하고. 다른 의견 있나?”
질문의 형태를 띠고 있었지만, 사실상 통보나 다름없었다. 아델이 고개를 젓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나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는 직원을 불러, 내가 고른 것들로 아델의 착장을 도와주라고 지시했다. 나는 다시 커튼 밖으로 나와, 내 몫으로 정해진 검은색 유카타를 집어 들었다. 옷을 갈아입기 위해 남성용 탈의실로 향하는 내내, 등 뒤에서 느껴지는 아델의 시선이 이상하게도 선명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이 쓸데없는 체험이,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아주 잠깐, 스쳐 지나갔다.
"그래도 탈의실 안인데...오늘따라 막무가내이십니다."
탈의실 안을 울리는 작은 투정에 나는 잠시 동작을 멈췄다. 막무가내라.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나는 아델의 속옷 차림을 보면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고, 그것이 무례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그건 여념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보호해야 할 대상을 파악하는 데에 불필요한 절차는 생략하는 편이다.”
나는 아델의 어깨 너머로 거울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거울 속, 속옷 바람으로 어쩔 줄 몰라 하는 아델의 모습과, 그 뒤에 무감각한 표정으로 서 있는 내 모습이 기묘한 대조를 이루었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옥색 비녀를 천천히 아델의 갈색 머리카락 위로 가져가, 가장 잘 어울릴 법한 위치를 가늠했다.
“네 몸에 상처는 없는지, 피부 상태는 어떤지, 혹시 내가 모르는 흔적은 없는지 확인하는 건 내 의무야. 이런 상황에 익숙해지는 것도 훈련이다.”
나는 일부러 더 사무적인 목소리를 냈다. 막무가내라는 말 속에 섞인 미세한 당혹감과 수치심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그것에 일일이 반응해 줄 수는 없었다. 통제력을 잃어서는 안 된다. 어제의 실수(=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아델을 잃어버린 것)는 한 번으로 족했다. 나는 아델의 귓가에 나직이 속삭였다. 숨결이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였다.
“그리고, 주인 앞에서 몸을 가리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않나. 내가 그렇게 가르쳤을 텐데.”
장난기 없는, 지극히 진지한 목소리였다. 나는 아델의 머리카락에 비녀를 꽂아주고는 한 걸음 물러서서 전체적인 모습을 살폈다. 아직 기모노를 입지도 않았지만, 뽀얀 목덜미와 가녀린 어깨선 위로 단정하게 자리 잡은 비녀는 꽤나 만족스러웠다. 나는 턱짓으로 내가 골라둔 남색 기모노를 가리켰다.
커튼 밖에서 나를 기다리던 직원이 안으로 들어와 아델에게 옷 입는 것을 돕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조용히 탈의실을 빠져나왔다. 막무가내. 그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어쩌면 나는, 교육이라는 명분 아래 너무 많은 것들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아델은 내 소유물이고, 그 사실은 변하지 않을 테니까. 나는 내 몫의 유카타를 들고 남성용 탈의실로 향하며, 조금 전 손끝에 닿았던 아델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의 감촉을 애써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서둘러. 밖에서 기다리지.” 나는 커튼 너머로 무심하게 한 마디를 던지고는, 미련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아델은 탈의실의 커튼을 열고 나와서 태제강을 보고 물었다.
"태제강, 기모노가 아닌 유카타를 입으시나요...?"
탈의실에서 나온 아델이, 내가 골라준 남색 기모노를 단정하게 차려입고 나를 바라보았다. 희고 가느다란 목선 위로 옥색 비녀가 단아하게 빛났다. 잘 어울릴 거라 생각했지만, 직접 보니 예상보다 더 괜찮았다.
나는 만족스러움을 숨기지 않은 채 아델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 시선이 무례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르지만 상관없었다. 내 질문에 대한 대답 대신, 아델은 되레 내 옷차림에 대해 물었다.
“활동성을 고려한 선택이다.”
나는 간결하게 대답하며, 소매를 한 번 털었다. 검은색 유카타는 기모노보다 훨씬 간편하고 움직이기 편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하는 교사 입장에서 당연한 선택이었다. 어제처럼 인파 속에서 아델을 놓치는 일이 다시 발생한다면, 거추장스러운 옷은 방해만 될 뿐이니까.
“볼일 다 봤으면 가지. 다른 사람들을 기다리게 할 순 없으니.”
나는 아델의 질문에 더 답해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다른 교사들과 학생들이 모여 있는 출구 쪽으로 향했다. 이미 옷을 다 갈아입은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중에는 백성호 기관장의 모습도 보였다. 그는 다른 여교사에게 무언가 농담을 건네며 호탕하게 웃고 있었다. 나는 그쪽으로는 시선도 주지 않은 채, 지정된 만남의 장소 한쪽 구석으로 가 자리를 잡았다. 아델이 내 뒤를 조용히 따라붙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벽에 등을 기댄 채 팔짱을 끼고, 아델에게 말했다.
“네가 입은 기모노,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군.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어.”
칭찬이라기보다는, 사실을 전달하는 것에 가까운 무미건조한 어조였다. 하지만 그 말에 담긴 의미까지 무미건조한 것은 아니었다. 이건 네게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나라는, 그런 의미였으니까.
잠시 후, 모든 인원이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백성호 기관장이 박수를 치며 학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고, 조별로 흩어져 자유롭게 사진을 찍고 산책을 즐기다가 정해진 시간에 다시 모이라고 지시했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학생들은 저마다 친한 친구들과 짝을 지어 흩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 소란스러움 속에서, 묵묵히 서 있는 아델의 손목을 부드럽게 붙잡았다.
“우리는 저쪽으로 가지.”
나는 사람들이 몰려가는 방향과는 반대편, 비교적 한적한 작은 정원으로 향하는 길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그리고 아델의 대답은 듣지도 않은 채, 그쪽으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잡고 있는 손목에서, 가느다란 맥박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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