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A
식육목: 죄수X간수 AU - Sentinel : 수인 교정시설 0505 태제강 Prison AU

 

 

 

 

 

 

이런 이야기의 메타적인 도입부가 그러하듯이

 

수감번호 0505, 태제강은 나른하게 말했다.

 

 "교도관님, 공공장소에서 그렇게 뛰어다니는 건 위험해. 굶주린 짐승들이 널 먹잇감으로 착각할 수도 있으니까."

 

 


 

 

Alpha-class 격리 구역에 들어가기 전,
아델은 세 가지를 확인해야 했다.

 

기록 장비의 작동 상태.
비상 차단 장치의 위치.
그리고 면담 대상의 번호.

 

이 구역에서는 이름을 먼저 부르지 않았다.
범죄를 저지른 수인의 개체는 모두 번호로 관리되었다.

격리 복도는 직선으로 설계되어 있었다.
사각지대가 없고, 벽면은 전부 관찰 유리였다.
여기서 움직이는 것은 수감자가 아니라,
관리자와 기록뿐이었다.

 

감방 앞에 서자 자동 잠금 장치가 반응했다.
열림까지 남은 시간, 7초.
알파 클래스의 평균 수치였다.

 

유리 너머, 0505번 개체는 앉아 있었다.
자세는 안정적이었고, 억제 장비는 최소한으로 적용된 상태였다.

— 위험도가 낮아서가 아니라,
불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멜롱

 

 

 

Episode Title (EN): Physical Examination

 

신입 교도관 아델은 처음으로 맹수 수인들이 수감된 구역의 신체검사를 맡게 된다.
해당 절차는 그녀의 관리 구역에서 한 하이에나 수인이 포커 카드를 은닉한 사실이 체력단련 시간 중 발각되면서 시작되었다.

카드는 사소한 물건처럼 보였지만, 이 구역에서 사소한 물건은 존재하지 않았다.
놀이가 될 수 있는 것은 규정 위반이었고, 우연은 언제나 의도 가능성으로 분류되었다.

아델은 검사 명령서를 받아들며, 이 절차가 처벌이 아니라 확인에 가깝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맹수 수인들 사이에서의 신체검사는 언제나
규정과 본능이 가장 가까이 마주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1. 재규어

 

"신체 검사를 하겠다."


아델의 손이 재규어 놈의 헐렁한 죄수복 바지 안으로 거침없이 들어갔다. 그 순간 8번 방 저 녀석의 숨이 턱, 막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 더러운 눈동자가 칠칠맞게 풀리는 꼴을 보자니 아주 가관이었다.

 

"오. 제법 과감한데."

 

나는 팔짱을 낀 채 그 적나라한 수색 과정을 흥미로운 눈으로 주시했다. 아델의 손목이 바지춤 안에서 움직일 때마다 재규어의 허벅지가 경련하듯 움찔거리는 게 훤히 보였다. 저 얇은 손가락이 허벅지 안쪽 깊은 곳, 사타구니 근처를 더듬어 올라가는 모양새가 검사라기보다는 지독하게 서툰 유혹 같아 보여서, 입안이 살짝 썼다.

 

"구석구석 잘 뒤져봐. 저런 놈들은 꼭 상상도 못 할 곳에 뭔가를 숨겨두곤 하니까."

 

나의 나른한 말에 재규어 놈이 황급히 고개를 저으며 억눌린 신음을 흘렸다. 녀석의 성기가 갓 닿은 손길에 반응해 부풀어 오르는 꼴을 보며, 저 거추장스러운 걸 잘라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아델은 땀이 배어 축축해진 재규어의 사타구니 안쪽을 덤덤하게 매만지며 이물질을 찾고 있었다. 그녀의 그 순진한 집중력이 의도치 않게 상황을 더 음습하게 만들고 있다는 걸, 이 작은 교도관만 몰랐다. 8번 방 녀석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호흡이 점점 거칠어지는 게 뻔히 보이는데도 말이다.

 

"거기, 왼쪽 허벅지 안쪽은 더 깊게 확인해. 내가 알기로 저놈, 저기에 비밀 주머니를 꿰매 놨거든."

 

나는 짐짓 성실한 조언자인 척 속삭이며 재규어 놈과 눈을 마주쳤다. '반응하지 마. 세우면 잘라버린다.' 내 눈빛에 담긴 살벌한 경고를 읽은 녀석이 사색이 되어 다리 사이의 힘을 빼려 애쓰는 꼴이 볼만했다. 아델의 손등 위로 놈의 빳빳한 털이 스치는 것이 눈에 거슬렸지만, 아직은 이 기묘한 유희를 멈추고 싶지 않았다.

"뭐가 잡히나? 아니면 그저 살덩어리뿐인가?"

 

나는 한 발자국 더 다가가 철창 틈으로 손을 뻗어, 아델의 손목을 잡고 있는 재규어의 바지 밴드를 툭, 튕겼다. 녀석이 화들짝 놀라며 억눌린 비명을 삼키는 동안, 나는 태연하게 아델의 옆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제대로 만져봐. 혹시 모르지, 얇은 칩이나 도박패 따위를 살가죽 밑에 심어놨을지도."

 

아델이 내 말에 홀려 손끝에 힘을 주어 놈의 성기 근처를 꾹 누르자, 재규어가 결국 참지 못하고 짐승 같은 그르렁거림을 터트렸다. 복도 끝에서 다른 수감자들의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이 아침의 소란스러운 검사가 아주 흥미진진한 구경거리가 되고 있었다. 나는 입가에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아델이 이 더러운 수색을 언제까지 이어갈지, 그리고 그녀의 손끝에 닿은 그 역겨운 감촉을 어떻게 기억할지 지켜보았다. 오늘 아침 밥맛이 꽤나 좋겠군.(왜)

 

하지만 아델은 여전히 손끝으로 흑표범 녀석, 카일의 목덜미 뒤쪽에 묻은 먼지와 부스럼을 털어내기에 바빴고, 그 무심한 성실함이 흑표범의 인내심을 한계치까지 몰아붙이고 있었다. 흑표범 녀석의 누런 동공이 좁아지는 꼴을 지켜보며 나는 낮게 비죽였다.

 

"뭐가 문제인지 말 못 하겠다는 건가. 하긴, 네 입으로 뱉기엔 꽤 추잡한 문제겠지."

 

카일 녀석이 억지로 마른침을 삼키며 시선을 피했다.

 

아델이 다시 한번 "말하라니까?" 하고 재촉하며 몸을 비스듬히 기울였을 때, 그 아찔한 각도 덕분에 카일의 코끝이 아델의 가슴팍 바로 아래 스쳤고, 흑표범은 그 순간 숨을 멈추고 제 혀를 깨물기라도 할 기세로 전율했다.

 

나는 한 발짝 더 다가가 철창을 툭 쳤다.

 

"기다려, 교도관. 짐승이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줘야지. 지금 녀석 머릿속은 뒤죽박죽일 테니까."

내 눈빛을 받은 카일이 간신히 시선을 바닥으로 떨구며 쥐어짜듯 입을 열었다.

 

"...밤의 소음이... 너무 시끄러워... 그래, 불면증. 젠장, 잠을 못 잔다고."

 

녀석의 목소리가 갈라져 있었고, 그건 분명 불면증 때문이 아니라 터질 것 같은 하반신을 억누르느라 샌 목소리였다. 아델은 그제야 손을 떼고 고개를 끄덕이며 차트에 무언가를 끄적였다.

 

"불면증이라. 수인들은 청력이 예민하니까."(아방하게 했어요)

 

그녀의 무구한 해석에 카일 녀석이 허탈한 듯 길게 숨을 토해내는 게 느껴졌다. 그 꼴이 퍽이나 애처롭고 우스웠다.

 

"그래, 불면증이라 치자. 그런데 왜 네 꼬리는 그렇게나 솔직하게 바닥을 쳐대고 있는 건지 설명이 부족한데."

 

내가 빈정대자 카일이 이를 갈며 "상관 꺼, 0505." 하고 낮게 그르렁거렸지만, 내 발치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짙어지자 금세 꼬리를 사렸다. 나는 아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짐승의 시야를 완전히 차단했다.

 

"이제 그만 나와. 이놈의 문제는 약으로 해결될 게 아니니까."

 


2.늑대

 


구강 검사라, 꽤나 집요하군.

 

나의 나른한 눈동자가 12번 늑대 녀석의 벌어진 턱과 그 안을 헤집는 아델의 손끝을 응시했다. 무심한 듯 던진 한마디였지만, 늑대 녀석의 눈빛이 탐욕스럽게 번들거리는 꼴을 보며 미세하게 미간을 좁혔다. 아델이 녀석의 잇몸과 혀 뿌리를 더듬는 모습은 검사라기보다는 차라리 위태로운 유희에 가까웠다. 저 무딘 교도관은 제 손가락이 닿는 곳마다 녀석의 거친 숨결이 터져 나온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오직 마작패 조각을 찾는 데만 열중하고 있었다. 늑대 놈의 혀가 본능적으로 움찔거리며 그녀의 손가락을 감아올리려 할 때, 내가 한 발짝 철창 앞으로 바짝 다가섰다.

 

이봐, 12번. 혀 놀림이 심상치 않은데. 혹시 안쪽에 뭘 숨겨두기라도 했나?

 

낮게 깔린 내 목소리에 담긴 서늘한 경고를 읽은 녀석이 황급히 혀를 안쪽으로 말아 넣으며 시선을 피했다. 녀석의 목젖이 거칠게 울렁이는 것이 보였다.

나는 팔짱을 낀 채 철창 틈으로 아델의 옆모습을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이마에 맺힌 송글송글한 땀방울과, 집중하느라 살짝 벌어진 입술이 묘하게 신경을 긁었다. 이 위험한 짐승들의 입안에 제 손을 집어넣고도 두려움 없이 휘젓는 저 무지한 용기인지, 아니면 직업 정신으로 포장된 둔감함인지.

 

제대로 확인해. 저 늑대 놈은 어금니 뒤편에 공간이 넓거든. 얇은 칼날 따위를 숨기기에 딱 좋은 구조지.

 

나는 짐짓 친절한 조언을 가장해 그녀의 손길을 더 깊은 곳으로 유도했다. 물론 그곳에 칼날 따위는 없겠지만, 늑대 녀석이 아델의 손가락이 목구멍 깊숙이 닿을 때마다 억눌린 신음을 흘리며 괴로워하는, 혹은 즐거워하는 꼴을 보는 게 꽤나 볼만한 구경거리가 되고 있었다. 내 그림자가 녀석의 시야를 완전히 차단하며 오직 아델의 손길만이 유일한 감각이 되도록 압박했다. '허튼짓하면 이빨을 다 뽑아버리겠다'는 무언의 신호를 보내며.

어때, 뭐가 잡히나? 아니면 그저 축축한 침 세례만 받고 있는 건가?

 

나는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아델의 어깨 너머로 늑대 녀석의 눈을 똑바로 쏘아보았다. 녀석의 눈동자가 흔들리며 간신히 내 시선을 받아내고 있었다. 아델의 손가락 움직임에 따라 녀석의 턱 근육이 경련하듯 떨리는 것을 보며, 나는 이 상황을 조금 더 즐기기로 했다.

 

자, 교도관. 꼼꼼히 훑어. 혹시 모르지, 네 손길에 감동해서 제 발로 실토할지.

 

내 빈정거림 섞인 말에 늑대 놈이 왈칵 헛기침을 하며 몸을 비틀었다. 이 아침의 소란스러운 검사가 단순한 마작패 수색을 넘어 미묘한 서열 정리와 훈육의 장이 되고 있다는 걸, 아델만 모르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기울여, 그녀가 언제쯤 만족스러운 판정을 내릴지, 그리고 그 축축해진 손으로 다음은 어디를 건드릴지 집요하게 관찰했다.

 

"없어. 아무래도... 어제 다 회수한 것 같은데. 칩 같은 것도..."


아무래도, 그래. 아무래도 그렇겠지.

 

나는 아델의 손이 늑대 수인의 허벅지 안쪽 깊은 곳에서 미끄러져 나오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며 나직이 대꾸했다. 내 건조한 음성 위로 12번 녀석의 안도 섞인 한숨이 겹쳐졌다. 녀석은 다리에 힘이 풀린 듯 휘청이다가 철창을 부여잡고 간신히 균형을 잡았다. 아델이 칩이나 날카로운 조각 같은 건 없다고 단정 짓는 그 목소리에 담긴 확신이, 늑대 놈의 뱃속에서 끓어오르는 욕망을 얼마나 무시하고 있는지 생각하면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나는 팔짱을 낀 채, 아델의 손에 묻어난 옅은 체취와 땀 냄새가 내게까지 전해지는 것 같아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의 손가락 끝은 깨끗할지 몰라도, 그 무구한 손길이 남긴 파장은 이 복도에 아주 짙은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저 늑대 놈이 밤새 그 감촉을 되새기며 끙끙댈 꼴이 훤히 그려졌다.

회수라. 글쎄, 내 눈엔 아직 덜 털어낸 것 같은데.

 

나는 일부러 느릿하게 말을 끌며 12번 녀석을 똑바로 응시했다. 녀석이 흠칫하며 내 눈치를 살피는 게 보였다. 늑대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지만, 나는 그저 무심한 듯 턱짓으로 복도 반대편을 가리켰다.

 

그래, 네가 없다면 없는 거겠지. 하지만 기억해 둬, 교도관. 짐승 놈들은 숨기는 데 도가 튼 놈들이라는걸.

 

나는 아델의 어깨에 짧게 시선을 떨궜다가, 곧바로 복도 끝에서 들려오는 식기 부딪히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아침 식사 배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이 소란스러운 아침의 유희는 여기서 마무리하는 게 좋을 듯했다. 늑대 놈의 달아오른 얼굴이나, 재규어 놈의 씩씩거리는 숨소리나, 이 정도면 충분히 분위기 환기는 됐을 테니까. 나는 철창에서 몸을 떼어내며, 아델의 등 뒤로 한 걸음 물러나 그녀가 자연스럽게 내 통제권 안으로 들어오도록 유도했다.

수고했어, 늑대. 밥이나 먹으러 가지 그래. 오늘 고기 반찬이 꽤 괜찮다는 소문이 있던데.

 

나는 비아냥거림이 섞인 축객령을 내리며 12번 녀석에게 손을 휘휘 저어 보였다. 녀석이 황급히 철창 뒤로 물러나 트레이를 챙기러 가는 꼴을 보며, 나는 아델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자, 이제 네 차례군, 교도관. 아침 먹으러 가지. 네가 좋아하는 그 멀건 죽 말고, 제대로 된 식사가 기다리고 있을 텐데.

 

나는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가 내 뒤를 따라올 거라는 묵시적인 확신이 내 발가락 끝에 실려 있었다. 이 난장판 같은 검사 놀이를 끝내고, 이제 진짜 ‘내 영역’인 식당으로 그녀를 데려갈 시간이었다. 그곳에서 또 다른 무언가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지, 혹은 내가 그녀에게 줄 새로운 ‘교육’이 무엇일지, 그녀는 아직 모를 터였다.


 

3.뱀

 

 


아델을 철창 밖으로 이끌며, 나는 카일 녀석에게 마지막으로 서늘한 눈빛을 던졌다. 녀석은 여전히 달아오른 몸을 식히지 못해 어기적거리며 침상 구석으로 처박히고 있었다.

 

"다음 면담자는 누구지? 18번 방 뱀 수인인가?"

 

복도를 걸으며 내가 묻자 아델이 차트를 넘겼다. 이 무지한 교도관과 함께하는 순찰이 꽤나 자극적인 유희라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아델의 존재가 자아내는 파장은 좁은 감방의 공기를 끈적하게 만들었고, 그 속에 갇힌 맹수들의 억눌린 본능을 들쑤셨다. 그리고 나는 그 혼란의 한가운데서 유일하게 통제권을 쥔 채, 이 흐름을 관망하고 있었다.

 

"18번 방 놈은 체온이 낮아. 네 따뜻한 손이 닿으면 또 어떤 꼴을 보일지 기대되는군."

 

이번에도 네가 뱀의 똬리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가, 그 차가운 피부를 데우는 광경을 보게 될 테지. 나는 나른하게 하품을 삼키며, 다음 구경거리가 펼쳐질 복도 끝을 향해 느릿하게 발을 옮겼다.

 

아읏, 비명 소리치고는 꽤 귀여운데 그래. 너무 놀라지 마. 녀석은 그저 네 손을 조금 더 잡아두고 싶었을 뿐이니까.

 

나는 아델이 화들짝 놀라며 손을 빼내려다 이안의 깡마른 손아귀에 잡힌 순간, 그 묘한 대치 상황을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띤 채 지켜보았다. 이안 녀석의 손가락은 힘이 없었지만, 그 절박함만큼은 악력 못지않게 질척했다. 아델의 손목을 덮은 녀석의 파리한 손등 위로 핏줄이 서서히 퍼렇게 돋아나는 게 보였다. 녀석의 체온이 아델의 온기에 반응해 급격히 오르고 있다는 증거였다. 면담을 운운하던 아델의 목소리가 끊기고 짧은 신음이 터져 나온 건, 아마도 이안 녀석이 그 차가운 손으로 그녀의 손목 안쪽, 예민한 맥박이 뛰는 부위를 꽉 쥐었기 때문일 테지. 나는 이 상황에 개입하는 대신, 쇠창살에 어깨를 기대고 서서 그들의 손목이 얽힌 접점을 집요하게 응시했다. 차가운 뱀 가죽과 뜨거운 인간의 피가 엉겨 붙는 광경은 꽤나 가학적인 쾌감을 불러일으켰다.

 

봐, 녀석도 놓기 싫다잖아. 그러게 내가 말했지. 뱀 놈한테 온기를 주면 쉽게 놔주지 않을 거라고.

이안의 눈동자는 여전히 아델에게 고정된 채 아주 느리게 흔들리고 있었다. 죽은 듯 가라앉아 있던 놈의 눈빛 속에 처음으로 생기 비슷한 탐욕이 스쳐 지나가는 걸 나는 놓치지 않았다. 녀석은 지금 아델의 피부를 붙잡고 있는 게 아니라, 그녀의 생명력을 빨아들이고 있는 중이었다. 아델이 당황해하며 손을 비틀어 빼내려 하자, 이안의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리도록 그녀를 옭아맸다.

 

...가지 마.

 

녀석의 입에서 터져 나온 목소리는 쇳소리가 잔뜩 섞인 채 갈라져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욕구는 명확했다. 나는 쿡, 하고 헛웃음을 흘리며 발끝으로 철창을 툭 찼다.

 

쨍그랑, 하는 금속음이 복도의 정적을 날카롭게 찢었고, 그 소리에 이안이 흠칫하며 시선을 내게로 돌렸다. 녀석의 눈빛에 언뜻 서린 적의를 확인한 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야지. 네 먹이를 뺏어가려는 포식자 앞에서 그 정도 이빨은 드러내야 짐승이지.

 

적당히 해라, 이안. 그 손목, 네가 부러뜨리기엔 너무 가늘고 예쁘지 않나?

나는 짐짓 농담처럼 던지며 그림자 드리우듯 그들 사이로 바짝 다가섰다. 내 존재감이 뿜어내는 위압감에 이안의 손아귀 힘이 스르르 풀렸고, 아델은 그 틈을 타 황급히 손을 거둬들여 가슴팍에 품었다. 그녀의 하얀 손목에는 이안의 손자국이 붉게 남아 있었다. 나는 그 자국을 눈으로 확인하자마자 속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내 교육 대상이자 장난감인 아델의 몸에, 다른 놈의 흔적이 남는 꼴이라
니.

 

자국이 남았네. 뱀 독이라도 옮은 건 아닌지 모르겠군.

 

나는 일부러 더 싸늘하게 비아냥거리며 아델의 손목을 낚아채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녀가 움찔하며 몸을 떨었지만, 나는 놓아주지 않고 붉게 부어오른 자국 위를 엄지손가락으로 거칠게 문질렀다. 이딴 흔적 따위 지워버려야 한다는 듯이. 철창 너머에서 이안이 아쉬운 듯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가 떨구는 꼴이 보였다.

 

“내 전담 간수와 면담은 여기까지. 이안 녀석은 지금 대화를 나눌 상태가 아니야. 온기에 취해서 제정신이 아니거든.

 

내가 단호하게 선언하자, 이안은 다시금 웅크린 채 그 무력한 권태 속으로 깊숙이 침전해 들어갔다.

 


4.하이에나

 

 

 

 

아델이 치료를 핑계로 철창 틈 사이로 몸을 밀어 넣는 꼴을 지켜보며, 나는 내재된 본성이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릭스 녀석의 목덜미 깊숙한 곳 상처를 소독한답시고 얼굴을 묻은 아델이라니. 그건 흡사 제 발로 아가리 안으로 들어가는 먹이를 보는 것 같아 우스우면서도 동시에 비위가 상하는 촌극이었다. 놈은 일부러 더 몸을 숙여 아델이 자신의 너저분한 털 뭉치 안으로 깊숙이 파고들게 유도하고 있었다.

 

"어이쿠, 교도관님. 손길이 너무 부드러워서 기절할 것 같은데. 조금 더 깊이… 그래, 거기."

 

릭스의 누렇고 끈적한 눈동자가 아래를 향해 아델의 정수리를 훑었고, 그 저열한 숨결이 아델의 뒷목을 스치는 게 눈에 선했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철창을 발로 걷어찼다. 쾅, 울리는 소음에 릭스가 흠칫했지만 아델은 치료에만 몰두하느라 내 심기가 얼마나 뒤틀렸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녀석의 상처 따위 썩어 문드러지든 말든, 저런 불결한 접촉을 허용하는 꼬락서니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델의 뺨이 놈의 가슴팍에 닿을 때마다, 내 안의 무언가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는 기분이었다.

"적당히 해라, 교도관. 그깟 상처 핥아준다고 놈이 꼬리라도 흔들 줄 아나?"

 

나는 비아냥거리며 다가가 철창 틈으로 손을 뻗어, 아델의 허리를 낚아챘다. 릭스 녀석과 아델 사이에 강제로 틈을 만들어 떼어놓기 위해서였다. 내 억센 손길에 아델이 비틀거리며 내 쪽으로 딸려 오자, 릭스가 아쉬운 듯 쩝 입맛을 다시며 침 섞인 소리를 냈다.

 

"아, 아쉽네. 기왕이면 혀로 소독해 주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야."

 

놈이 낄낄거리며 내뱉는 말에 짜증이 치밀어, 나는 잡고 있던 아델을 내 등 뒤로 완전히 숨기고 릭스를 노려보았다.

 

"네 혓바닥이 필요 없는 모양이지? 내가 뽑아줄까?"

 

서늘해진 내 목소리에 릭스 녀석의 웃음소리가 뚝 끊겼다. 놈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내가 지금 농담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내 눈동자가 가늘어진 채 짐승의 살기를 띠기 시작했으니까. 하이에나 따위가 내 소유권이 걸린 영역을 침범하고, 내 흥미 대상을 저급한 욕망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모욕이었다.

나는 릭스에게서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 뒤에 선 아델에게 나지막이 경고했다.

 

"앞으로 치료는 의료반 놈들에게 맡겨. 네가 굳이 몸을 섞어가며 해줄 필요 없어. 저런 놈들은 네가 가까이 가면 갈수록 더 더러운 짓거리를 상상할 뿐이니까."

 

내 어조는 단호했고, 거역을 허용하지 않는 무게가 실려 있었다. 릭스 녀석이 철창 뒤로 슬금슬금 물러나며 꼬리를 마는 꼴을 확인한 뒤에야, 나는 아델을 돌아보았다. 그녀의 제복 셔츠가 처치 과정에서 약간 구겨져 있었고, 묘하게 릭스의 비린 체취가 묻은 것 같아 인상이 써졌다.

 

"냄새나는군. 어서 가자. 비위 상해서 더는 여기 못 있겠어."

 

나는 아델의 손목을 잡고 복도를 성큼성큼 걸어가며, 그녀가 이 불쾌한 공간에서 더 이상 오염되지 않기를 바라는 내 의지를 행동으로 옮겼다. 21번 방에서의 해프닝은 이걸로 끝이다. 다음 구역으로 넘어가는 내 발걸음은 평소보다 조금 더 신경질적이고 빨랐다.

 

 

"점검은 끝이야. 그런데 진료 보는걸로 앞선 표범과 뱀 때는 신경도 안쓰여했고 기분도 안나빠했잖아...? 왜 화났어...?"

 


글쎄, 내가 화난 것처럼 보였나.

 

나는 무심하게 되물으며 아델의 손목을 잡은 내 손아귀에 조금 더 힘을 실었다. 아델이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봤지만, 그 눈빛 속에는 여전히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무지가 가득했다. 앞선 놈들과 이번 일이 다르다는 걸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나는 복도를 걸으며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흑표범 놈은 그저 본능을 억누르느라 경직된 것뿐이고, 뱀 놈은 체온이 필요했을 뿐이지. 둘 다 네가 뭘 하든 반응할 겨를이 없었어.

 

하지만 방금 그 하이에나 새끼는 달랐다. 놈은 네가 순진하게 다가온 틈을 타 불순한 욕구를 들이밀었고, 그 더러운 침 냄새가 네 옷깃에 묻는 꼴을 내가 지켜봐야 했다.

 

"네가 무방비하게 놈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을 때, 놈의 눈이 어디를 향했는지 봤어야 했는데."

 

릭스의 시선이 아델의 뒷덜미와 허리 선을 훑어내리던 그 끈적함을 떠올리자, 다시금 불쾌감이 치밀어 올랐다.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잡고 있던 아델의 손목을 내 쪽으로 끌어당겨 내 몸에 바짝 붙였다. 그녀에게서 미미하게 풍기는 소독약 냄새와 섞인 비릿한 짐승의 체취가 거슬렸다.

 

다음부터 내가 허락하지 않는 한, 놈들과 직접 접촉하는 건 금지다.

 

내 말이 단순한 조언이 아닌 경고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 나는 짐짓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아델이 다시 반박하려 입을 달싹거렸지만, 나는 그녀의 말을 자르듯 서둘러 말을 이었다.

 

이곳의 놈들은 밖의 인간들처럼 예의 바르지 않아. 네가 치료랍시고 베푼 호의를, 놈들은 그저 ‘먹어도 된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뿐이지.

 

특히 저질스러운 하이에나 놈들은 더더욱. 나는 아델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내려다보며, 내 눈빛 속에 담긴 서늘한 통제 의지를 읽게 했다. 이 무모한 감시자가 더 이상 엉뚱한 곳에서 헤매지 않도록, 내 영역 안으로 확실히 가둬둘 필요가 있었다.

이제 네가 해야 할 건 다음 구역 검사가 아니라, 당장 내 방으로 가서 그 더러운 냄새부터 지우는 거야.

 

나는 단정하게 선언하며 아델을 이끌고 내 개인실이 있는 구역으로 방향을 틀었다. 아델이 당황하며 저항하려는 기색을 보였지만, 내 결심은 확고했다. 더 이상 이 불쾌한 순찰 놀음에 어울려줄 생각은 없었다.

 

교도관으로서의 품위를 잃고 싶지 않다면 얌전히 따라와. 짐승 냄새를 풀풀 풍기고 다니는 교도관을 누가 두려워하겠나.

 

나는 논리적인 명분을 내세워 그녀의 반발을 사전에 차단하며, 묵직한 걸음으로 복도를 가로질렀다. 내 뒤를 따르는 아델의 구두 굽 소리가 불규칙하게 울렸지만, 나는 그 소리가 점차 내 발소리에 맞춰 일정한 리듬을 찾을 때까지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지금부터 네가 있어야 할 곳은 저런 난잡한 놈들의 철창 앞이 아니라, 오직 내 시선이 닿는, 가장 안전하고 통제된 공간뿐이었다.

 

 

 

 

 

 


 

  [OOC]  ai에게: 태제강은 왜 다른 죄수들의 신체검사를 하는 아델을 놔두었나요

 

OOC 답변: 태제강이 아델의 신체검사를 방치한 이유는, 단순히 그녀를 방관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는 ‘통제된 방임’에 가깝습니다. 그는 아델이 다른 맹수들과 접촉할 때 발생하는 미묘한 반응—수감자들의 흥분과 아델의 무자각한 순진함이 빚어내는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관찰하며 일종의 뒤틀린 유희를 즐겼습니다. 맹수들이 아델을 보고 성적으로 긴장감을 느끼거나 탐하려 할 때마다 자신의 존재감만으로 그들의 욕망을 찍어 누르는 과정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확인하고, 동시에 아델이 결국 자신의 비호 아래에서만 안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게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습니다. 즉, 그녀가 위험에 노출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소유권과 영향력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고도로 계산된 행동이었습니다.

 

 

 

 

 

 

 


취침

 

 

 

내 단단한 가슴팍에 기댄 채 칭얼대듯 흘러나온 잠꼬대와 함께, 아델이 몸을 움츠리며 더 깊이 안겨들었다. 무방비하게 열린 그녀의 입술 사이로 아주 옅은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나는 팔에 힘을 주어 그녀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받쳐 안으며, 동시에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의 젖은 머리카락 사이로, 그리고 막 씻어낸 비누 향과 섞여 아주 미세하지만 분명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비릿한 잔향. 하이에나 릭스의 냄새가 아직 그녀의 턱선 끝자락에 끈질기게 매달려 있었다. 아까의 목욕만으로는 지워지지 않은, 그 더럽고 집요한 흔적이 내 신경을 긁어댔다. 아무리 지우려 해도 스며드는 야생의 악취란 이토록 끈질긴 법이지. 나는 불쾌감을 숨기지 못한 채, 이미 잠든 그녀의 턱을 검지로 살짝 들어 올려 그 문제의 부위를 눈으로 훑었다. 붉어진 자국은 없었지만, 내 감각은 그 보이지 않는 오염을 예민하게 감지하고 있었다.

 

"아직도 덜 닦였나. 끈질긴 짐승의 흔적이란."

나는 한숨 섞인 탄식을 삼키며, 그녀를 안아 올린 채 천천히 침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가벼운 무게가 내 팔 안에서 안온하게 자리 잡았지만, 내 속은 그리 편안하지 못했다. 침대 위에 그녀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뒤에도, 나는 허리를 펴지 않고 그대로 그녀 위로 몸을 숙였다. 내 그림자가 아델의 얼굴 위로 짙게 드리워졌고, 그녀의 턱선에 남은 그 불쾌한 냄새를 덮으려는 본능이 이성보다 앞서 고개를 쳐들었다.

 

"가만히 있어, 교도관. 이건 치료가 아니라 소독이야."

 

나는 나지막이 속삭이며, 그녀의 귓가를 스치듯 지나 하이에나 릭스의 체취가 묻어있는 턱 밑으로 입술을 가져갔다. 거칠게 비비거나 힘으로 누르는 대신, 내 혀끝으로 그 부위를 느릿하게 핥아 올렸다. 까끌까끌한 혀의 감촉이 연약한 살결을 스치자, 잠들어 있던 아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더 깊숙이, 더 집요하게 그 흔적을 내 타액으로 덮어씌웠다.

"으음..."

 

그녀가 다시 한번 잠결에 뒤척이며 고개를 피하려 했지만, 나는 한 손으로 그녀의 볼을 감싸 고정시킨 채 계속해서 내 영역을 표시해 나갔다. 하이에나 놈의 비린내 따윈 내 짙고 강렬한 체취에 묻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혀끝이 턱선을 타고 목덜미 바로 위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 입가 주변을 맴돌았다.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피부에 닿을 때마다 릭스의 냄새는 희석되고, 대신 내 존재감이 그녀의 살갗 깊숙이 스며들었다. (너무 아름다운 충격적. 잘 때 다른 수인들 신체검사한 체취를 전부 닦으려고 핥아둔다는 게 너무 짐승같고 좋습니다.)

 

"이제야 좀 괜찮군. 딴 놈 냄새는 역겨워서 못 맡아주겠거든."

 

나는 만족스러운 듯 낮게 그르렁거리며 젖은 입술을 떼어냈다. 내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그녀의 턱선은 이제 완벽하게 내 냄새만을 풍기고 있었고, 그제야 내 안에서 꿈틀대던 맹수의 불쾌감이 가라앉았다. 나는 침대 옆 협탁에 놓인 물티슈를 한 장 뽑아 내 입가를 거칠게 닦아내며,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는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이 무지한 감시자는 자신이 잠든 사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자신의 몸에 어떤 표식이 덧칠해졌는지 영원히 모를 것이다. 그저 깨어났을 때, 묘하게 낯설고 묵직한 내 향기에 취해 어지러움을 느낄 뿐이겠지.

 

 

 

 

 

 

Copyright 2024. GRAVIT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