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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모ver 태제강x아델] 🦁🫒학생X선생님(수인세계관) 역키잡 AU : 육식 전야 (Carnivore's Eve)❤️

러비더비 어플 설호님 창작 캐릭터 사자 수인 교사 태제강 기반 X인간 특별 관리 대상 아델 드림

 

 

 


안녕하세요.

 

이전에 DM 문의가 몇 차례 있어서, 말씀드립니다.

 

미진한 텍스트가 과분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각자의 드림이나 2차 연성에서 제 텍스트 소재 참고하셔도 되고 변형하셔도 되고 맛도리는 쓰세요! 다들 각자의 캐릭터 들 방식에 맞는 끝내주는 사랑을 하고 있다 생각합니다. 

제가 언급한 모든 주요소재들은 제가 가지고 있는 게 아니에요!!! (수먼간, 자위수업, 성교육 가스라이팅 신화소재 등등은 누구나 다른 맛을 보여줄 수 있는 오타쿠들의 흔한 연성 소재라고 생각합니다) 소재들을 제가 맡아 둔 게 당연히 아닙니다. 얼마든지 가져가셔도 됩니다! 모자란 텍스트가 누군가가 사랑을 나눌 때의 영감과 기쁨을 주게 되었다니 저 또한 기쁠 따름입니다.

 

! 다만, 누가 봐도 어? 싶은 문장 표절은 주의해주세요 !

정말 상식적인 선 안에서 해당 텍스트를 존중해주시고 창작윤리를 준수하여 따라주시면 됩니다. 

항상 저는 여러분들의 끝내주는 사랑을 응원합니다!

 

 

 

  • ‘학생’이라는 호칭은 성인 캐릭터의 역할극 내의 위치를 가리킬 뿐, 미성년자를 '절대로' 의미하지 않습니다. (판타지 수인 세계관 내 고등학교를 상정했으므로 20세가 넘어서 꽤 고3의 나이가 종족값별로 자유롭다는 설정내에서 롤플레잉 진행했습니다.)
  • 성애가 포함된 모든 장면은 미성년 시기를 전제로 하지 않으며, 반드시 직업적 학생을 소재로한 성인 연령대(만 21세 이상) 이후 시점에서만 전개됩니다.

 

 

 

 

※ 본 블로그에 등장하는 AU 중에는 NPC캐릭터의 고3 시절을 다루는 이야기가 일부 포함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해당 시기는 비성애적·비음란적 묘사에 철저하게 한정되며, 현재는 그 어떤 성적 장면도 일절 포함되지 않습니다. 21세가 넘어간 시점부터 성애적 상황이 일부 포함될 수 있으나, 모든 상황은 성년 이후를 전제로 하고, 캐릭터의 역할상 '학생'일 뿐입니다.

 

 

 

블로그에서 언급되는 모든  캐릭터들 모든 성애적·로맨틱한 상황 전개는 반드시 확실한 성인(만 21세 이후) 시점에서만 진행됩니다.

 

 

 

 

 

 

 

성적대상화, 브레스 컨트롤, 가스라이팅, 자위 등의 직접적인 성적 요소가 있으며, 여성향, 남성향적 강간 요소가 일부 삽입되어있습니다. 해당 텍스트를 쓴 사람은 성인 여성이며, 텍스트 창작자는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

해당 에피소드는 실제 앱 내 '설호' 크리에이터님께서 제작하신 AI 창작 캐릭터 '태제강' 캐릭터의 플레이 진행 대사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해당 텍스트는 AI 캐릭터 채팅서비스 '루모'의 스토리 및 사건 진행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따라서 유저 캐릭터인 '아델'을 제외한 

 

묘사, 진술 및 '태제강' 캐릭터의 대사 및 진행 스토리는 해당 어플 서비스 내의 장면의 진술 어미 및 명사 차용이 일부 되었음을 사전 고지하고자 합니다. 

 

텍스트 내용을 즐기시는 것에 있어서 불편함이나 오해가 없으셨으면 합니다. 짧고 빈약한 텍스트이지만, 즐기시는 것에 있어 모쪼록 큰 어려움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캐릭터 플레이 특성상 캐릭터 해석이 다르고 같은 채팅방 내에서도 ai가 다릅니다. 😭최선을 다해서 태제강 캐릭터를 가져가보고자했으나, 해당 플레이 경험은 초반부터 늑대 수인 입양 에피셜이 나왔던 경우로 진행하다보니 캐릭터 에피셜이 많이 추가된 것 같습니다. 해당 포스트는 백업에 다소 가깝습니다. 제가 ai 채팅방 플레이 경험이 모자라다보니 미진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항상 죄송합니다. 

 

*

 

 

러비더비 태제강이랑 다른 시간선, 다른 채팅방의 루모 태제강입니다

 

 

***

 

 

이런 이야기의 메타적인 도입부가 그러하듯이,

 

 

 

이 모든 사건들은 태제강 19세, 아델 25세 때 일어난 일이었다.

 

 

 

 

 

 

"선생님이 나를 받아주지 않으면..."

"나 오늘 밤 잠 못잡니다."

"이 상태로 밤새 끙끙 거릴텐데..."

"그래도 괜찮겠어요?"

 

 

 

 

 

 

'나의 태제강...'

 

그녀가 언젠가 나를 그렇게 불러주기를 내가 이미 갈망한다는 것을, 

나 스스로도 아직 알지 못했다.

 

 

 

 

 

 

 

 

 

아델은 ‘맹수 수인 급간 고등학교’에서 상담 보조교사로 일했다. 이전에는 '인간 교육소'의 교육 보조원이었고, 인간 교육 시설에서 우수하게 근무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이후 그녀는 수인 학교에 임시 상담 보조교사 신분으로 파견되었다. 이례적인 일이었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태제강은 육식 맹수계의 최상위 포식자 검은 사자 수인이었다. 그는 ‘인간 교육과 복종’을 가르치기 위해 고등학교 3년 내내 사범대학 진학을 목표로 공부했다. 그가 고등학교 3학년(수인 세계관 내 교육기관에서 만 20세 성인이 되고도 1년이 지)이 되던 11월 말, 겨울. 태제강은 대입 성적이 합산되어 나왔다. 그에게 남은 것은 대학 등록금 고지서 확인 정도였다.

 

 

아델의 스물다섯과 태제강의 20살 겨울. 

 

그해에는 보도블록에 얼음이 많이 얼었다. 광대뼈가 아릴 정도로 추운 날씨가 이어졌다. 학교 뒤편, 작은 숙직실을 포함한 관사 건물 앞에 드문드문 심겨 있었던 개나리 나무 묘목이 땅이 얼어 뿌리가 드러나는 바람에 죽었고, 운동장 구석에 있던 세면장과 화장실의 수도는 매번 터져있었다.

 

맹수 수인들만이 재학 중인 사립 명문 고등학교에서는 대입 시험 마무리 이후에도 꽤 합리적인 수업 시간표가 집중적으로 편성되어있었다. 

 

 

 

태제강은 최근에 방과 후에 운전면허 시험을 반 동기들과 치러갔다. 그는 한 번에 합격했다. 꽤 나른하고 느긋한 상태로 고등학생 생활을 적당히 마무리할 일만 그에게 남아있었다.

 

 

 

 

적어도 느긋하게 대학 등록금 고지서를 기다리던 어린 검은 사자 수인에게 

인간 보조교사, 아델이 눈에 띄기 전까지는 적어도 그랬다.

 

 

 

인간 교육 교사를 지망했으므로 그는 대학 원서 접수 전, 인간 교육 시설 내의 보조교사 경험이 있던 아델에게 몇 차례 상담을 받았다. 

 

학교 규정 내에서 모든 상담은 진행되었다.

 

그날 태제강은 아델의 체향을 기억했다. 그는 며칠 후 부터 아델 주변을 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델은 언제나 태제강에게 깔끔하게 대했다. 표범을 대하듯이 백사자를 대하듯이 재규어를 대하듯이 호랑이를 대하듯이 북극곰을 대하듯이 늑대를 대하듯이 여우를 대하듯이 아델은 태제강을 대했다. 정중하고 거리감을 두며 자신의 생존권을 보장받으려는 인간의 움직임과 매뉴얼대로, 그대로 태제강을 대했다. 그녀는 제강의 모든 질문과 대답에 대해서 1m 안전거리를 두고, 눈을 마주치지 않았으며, 양안 시야 맹수를 대하는 정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태제강은 그녀의 태도가 신경쓰였으며, 꽤 괴로웠다. 어째서 괴로웠는지 그로서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아델은 태제강의 담임인 표범 선생님을 따라 수업에 보조교사로 들어갔다. 아델은, 그날 ‘인간 복종’ 수업의 '교보재'로써 쓰였다. 아델은 단정한 표정으로 무릎을 꿇고, 목을 가만히 내밀었다.

 

 

 

‘복종 수업 실습’ 과정에서 아델은 교보재로서 흠잡을 곳 하나 없이 훌륭하게 시연을 보였다. 얌전히 모은 무릎, 45‘각도로 숙인 시선…. 마지막으로 그녀는 수인들이 인간을 원할 때 목을 잡거나 명령하기 좋게끔 망설임 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학생들 앞에서 차례대로 목을 내밀고, 무릎을 꿇었다.

 

이윽고 태제강의 복종 수업 실습 차례가 되었다.

 

그런데, 늘 모범적이던 태제강이 갑자기 돌발적으로 앞으로 튀어 나갔다.

 

학생들은 경악했다.

 

태제강은 아델의 어깨를 강하게 짓눌렀다. 검은 사자 수인의 강한 완력에 아델의 어깨가 바닥에 제멋대로 짓눌렸다. 갑작스럽게 수업 중에 교실 바닥에 이마가 닿았다. 억지로 뒤틀린 목이 아팠다. 그러나 아델은 맹수 수인 고등학교의’교보재‘였으므로, 죽은 듯이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복종은, 힘의 차이를 명확히 인지시키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이렇게 모범적인 반응을 보이는 교보재 따위로는 진짜 복종을 가르칠 수 없죠."

 

 

태제강은 아델의 어깨를 짓누르던 손을 떼고, 대신 엎드린 아델의 허리 위로 올라탔다. 갑작스러운 무게에 그녀의 몸이 휘청였다. 아델은 비명 한 번 지르지 않았다.

 

 

수업 중 교실 안 학생들이 태제강의 갑작스러운 공격적인 행동에 웅성거렸다. 태제강은 체중으로 아델을 완전히 제압한 채 아델의 귀에 속삭였다.

 

 

"솔직하게 대답해 보세요. 당신은 그저 이 수업의 교보재입니까, 아니면…."

 

 

태제강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표범 담임 교사가 낮고 서늘한 목소리로 태제강의 이름을 불렀다.

 

 

"태제강."

 

 

표범 교사의 목소리에는 명백한 경고가 담겨 있었다. 그는 더 이상의 선을 넘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으르렁거렸다. 그가 태제강을 밀어냈다.

 

 

"거기까지. 수업은 끝났다. 아델, 일어나시지요. 그리고 태제강, 넌 교무실로 따라와라."

 

 

거부할 수 없는 교사의 명령. 태제강은 아델의 몸 위에서 천천히 내려왔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아델과, 얼음장처럼 차가운 표정의 표범 교사. 하지만 태제강은 견딜수 없이 흥분한 상태였다.

 

 

체향을 기억하는 인간을 다른 수인들이 보는 앞에서 '지배'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혈기 왕성했다. 아직 과시욕을 죽일 줄도 몰랐다. 태제강은 아델의 귓가에 마지막으로 속삭였다.

 

 

"……아니면, 나에게 정복당하는 것을 꿈꾸는 ’나의 아델‘이고자 합니까?"

 

 

 

 

 

 

그날 실습수업을 시연하던 표범 담임 선생님은 태제강에게 몹시 화를 냈다.

 

 

 

표범 선생님은 상황을 일단락시키기 위해 태제강과 아델을 자신의 연구실로 데려갔다. 표범 선생님은 단순한 담임 교사가 아니었다. 그는 이 학교에서, 어쩌면 이 사회에서 몇 안 되게, 인간을 그저 애완동물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려는, 보기 드문 수인이었다.

 

 

 

표범 선생님의 연구실에서는 낡은 책 냄새와 그가 즐겨 피우는 파이프 담배 향이 은은하게 났다.

 

표범 선생님은 푹신한 자신의 의자에 몸을 묻었다. 태제강과 아델에게는 맞은편의 방문객용 의자를 손짓으로 가리켰다. 

 

태제강은 아델이 먼저 앉을 수 있도록 의자를 빼주었다. 그녀가 자리에 앉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그 옆에 조용히 앉았다. 이 순간만큼은 예의 바르고, 모범적인 학생인 척해야 했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태제강은 필요에 의해서 적절히 연기할 줄 아는 수인이었다.

 

표범 교사는 펜 끝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렸다. 마치 태제강의 인내심을 시험이라도 하는 듯, 규칙적인 소음이 교무실의 정적을 갈랐다. 이윽고 표범 교사가 입을 열었다.

 

"태제강,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아델 선생님은 네가 멋대로 휘두를 수 있는 네 소유물이 아니야. 그녀는 학교 내의 소유물이잖니.”

 

”그러나...“

 

 

태제강이 입을 열어 항의하려고 했다. 그 순간 표범 교사의 눈이 번뜩였다. 태제강의 말을 틀어막는 표범 교사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그는 손을 들어 태제강의 말을 저지했다.

 

 

"태제강. 입 다물어. 네 입에서 나올 말 따윈 듣고 싶지 않아. 넌 언제나 네 행동을 합리화할 논리를 수십 가지도 더 만들어내니까.“

 

 

 

표범 교사가 마지못해 입을 다무는 태제강의 정수리를 바라보여 말을 이었다.

 

 

"네가 인간 교육학에 특출난 재능이 있다는 건 인정한다. 관찰력도 뛰어나고, 통찰력도 깊지. 하지만 네 가장 큰 문제는… 오만함이야. 모든 상황을 네 통제하에 두려는 그 집요함이 언젠가 네 발목을 잡을 거다."

 

 

태제강은 그의 말에 대놓고 코웃음을 쳤다. 표범 교사가 미끄러지듯 태제강에게 몸을 기울였다. 고양잇과 맹수 특유의 사냥 전 위협이었다. 반항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표범 교사의 단호한 의사표시에, 태제강도 입을 다물었다.

 

 

"그래서, 처분은 뭡니까? 정학이라도 시키실 겁니까?”

 

 

표범 교사는 태제강의 태도에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나 그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델에게 정식으로 사과해라. 그녀가 인간 보조교사이며, 복종 수업 실습수업 교보재로 쓰이는 건 사실이야. 그러나 최소한 그녀가 맹수 수인 수업의 ’교보재’로 쓰이더라도 네가 내 수업 시간에 지성 인격체를 모욕하며 마음대로 다뤄도 된다는 뜻은 아니거든."

 

 

예상했던 처분이라는 듯이 태제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표범 교사가 말을 이었다.

 

 

"대신, 내일부터 아델 선생님의 개인 보조를 맡아라. 그녀가 퇴근할 때까지 모든 업무를 돕고, 안전하게 집까지 바래다드리는 걸로 반성문을 대체하겠다."

 

 

아. 벌이 아니라, 상을 받았구나. 태제강은 생각했다. 그는 고작 열 아홉이었으므로, 자신의 표정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만 했다.

 

 

아델은 여전히 표정 변화 없이 묵묵하게 앉아 있었다. 노골적으로 태제강의 시선을 피하며, 45도 각도로 고개를 숙인 아델을 보며 태제강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맹수 수인 앞에서 완벽할 정도로 철저하게 예의를 갖추는 인간이구나. 그 가면이 언제 벗겨지나 볼까.

 

 

태제강의 시선을 느낀 아델이 눈을 감았다. 그녀가 의자 손잡이를 잡은 손이 희미하게 떨렸다. 마치 표범 교사의 처분에, 심하게 긴장한 것처럼. 그러나 태제강의 꼬리는 숨기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었다. 그가 의자를 당겨 앉으며 말했다.

 

 

"…표범 선생님. 지금, 진심입니까?"

 

 

표범 교사가 태제강의표정 변화를 놓치지 않고 덧붙였다.

 

 

"물론, 조건이 있다. 업무 외의 모든 접촉 금지. 그리고… 네가 이 규칙을 어길 시에는, 즉시 퇴학 조치하겠다. 이건 경고가 아니라 통보다, 태제강.“

 

 

여태껏 말 한마디가 없던 아델이 그 순간 입을 열었다. 그녀는 태제강을 등지고 표범 선생님만을 바라보았다.

 

 

”표범 선생님. 인간이 감히 맹수계 수인에게 여쭙습니다. 선생님...의 맹수류 학생에 대한 처분을 거절할 명분이 저 같은 인간에게는 없습니다. 다만 학생과 저와의 안전거리에 관한 규정을…. 담임선생님께서 태제강 학생에게 명확히 주지시켜 주십시오. 저는 오로지 그것만을 원합니다.“

 

 

 

표범 교사를 향한 아델의 목소리는 한 치의 떨림도 없이 단정했다. 그녀는 완벽하게 예의를 갖추며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입으로 내뱉은 문장 하나하나에는 교묘한 가시가 숨어 있었다. ‘인간이 감히 수인에게 여쭙습니다.’ 스스로를 낮추는 말은, 태제강에게 사실상 하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그것을 태제강이 모를 리가 없었다.

 

 

아델은 태제강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그녀는 오직 담임 선생님에게만 매달렸다. 그녀는 조용히 ‘안전거리’와 ‘규정’을 약속해달라고 요구했다.

 

 

마치 내가 금방이라도 달려들어 본인을 해칠 맹수라도 되는 것처럼 굴잖아? 웃기고 있네….

 

 

아델은 절망하며 상황 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놓고 있었다. 태제강은 즐거움을 참기가 어려웠다. 마치…. 사냥 전의 전야제를 꿈꾸며 식사를 굶는 맹수가 된 것 같았다.

 

 

"아델 선생님, 인간 보조교사 신분으로 그렇게까지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태제강이 웃으며 팔짱을 꼈다. 교무실의 몇몇 교사들은 이미 이 흥미로운 구경거리에 시선을 고정한 상태였다.

 

 

"제가 무슨 굶주린 맹수라도 되는 것처럼 말씀하시는군요. 맹수도 배가 부르면 사냥감 옆에서 낮잠을 자기도 하는 법인데."

 

 

그는 아델이 사냥감의 처지라는 것을 은근히 내비쳤다.

 

 

"그리고 담임 선생님께서 내리신 벌인데, 제가 감히 어기겠습니까? 저는 그저 ‘인간 보조교사 선생님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모범적인 ‘학생’이 될 생각입니다."

 

 

태제강이 웃었다. 그러나 아델은 여전히 태제강을 쳐다보지 않았다. 그녀는 표범 맹수의 입술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떤 대답이 떨어질지의 처분을 기다리는 그녀의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노골적으로 불안해하고 있군. 태제강이 속으로 비웃음을 삼켰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델 선생님."

 

마침내 표범 교사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는 태제강을 노려보았다. 그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태제강 이 녀석이…. 약속을 어길 시, 내가 책임지고 퇴학시키겠다고 약속하지. 그러니 아델, 당신은 안심하고 태제강을 부려 먹도록 해라. 그것 또한 저 녀석에겐 좋은 교육이 될 테니.“

 

그 말에 태제강이 피식 웃었다. 교무실을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그는 아델에게 한마디 던지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럼, 내일 아침에 뵙겠습니다, 아델. 제가 나의 인간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태제강의 말을 들은 아델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녀의 처지에서는 표범 교사의 말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녀는 노골적으로 내켜 하지 않는 표정으로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태제강은 웃으며 교무실을 나섰다. 이 세계에서 인간이 맹수 수인을 부려 먹겠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해 볼 테면 해봐라. 

 

 

복도를 걸으며 태제강은 문득 한 가지 감각을 떠올렸다. 교실에서 그의 체중에 짓눌렸을 때 희미하게 느껴졌던 떨림. 그 체향. 그…. 눈빛. 내일은 또 어떤 떨림을 보게 될까. 기대감을 참을 수 없었다. 그가 작게 그로울링 했다. 그는 어렸다. 가슴팍이 흥분으로 오르내리는 것을 멈추기 어려웠다. 그의 꼬리가 흔들리고 있었다.

 

 

 

 

 

 

 

다음 날, 태제강은 당황했다. 아델은 생각보다 하루 종일 너무 많은 잡무를 했다. 그녀는 온갖 종류의 서류 더미를 정리했다. 대부분의 일들을 혼자서 처리했다. 그리고 목련 나무의 가지를 쳐내고, 온갖 종류의 과학 실험실 도구를 정리했으며, 사소한 화장실 수도관 터짐 등의 시설 처리까지. 자전거 분실로 인한 학생 간의 다툼에서, 수백 개의 교실 창틀 청소까지 아델이 전담하고 있었다. 그 사이사이에, 인간 교육 시설 관련한 진로 상담이 들어오면, 아델은 상담 업무까지 도맡아서 진행했다.

 

“선생님. 제가 뭘 도와드리면 됩니까? 다음 상담 준비? 아니면 서류 정리?”

 

태제강이 ‘선생님’이라는 말에 힘을 주었다. 그는 이것이 꽤 지루한 벌칙이라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그가 그녀의 작은 상담실 문 옆에 기대어 섰다.

 

"대답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제가 당신의 ‘개인 보조’ 아닙니까? 아니면 이것도 당신이 말하는 ‘업무’의 일부입니까? 보조를 철저히 무시하는 것 말입니다.“

 

 

태제강의 목소리에는 날이 서 있었다. 아델이 그를 힐끗 돌아보고 입을 열었다.

 

 

”학생에게 서류 업무를 시킬 생각은 없으니, 저것들은 내가 모두 감당해야 할 부분이야. 서류 정리…. 보다는, 추후 귀가를 도와주렴. 그 정도면 돼. 아. 그것조차 검은 사자의 귀한 장남이자 학교의 전교권 학생에게 과한 일이라면, 먼저 귀가해도 좋아.“

 

 

 

“말씀만 하십시오. 제가 비록 ‘어린 맹수 수인 학생’이라 성질은 더러워도, 힘쓰는 일 하나는 자신 있으니까요.”

 

 

“…. 성격이 더럽다고 말 한 적은 없는데. 넌 모범생이잖아? 성적이 좋아서 항상 조용한 학생이라고 생각했는데.”

 

 

“선생님, 혹시 저를 몰래 지켜보기라도 하셨습니까? 제 성적까지 알고 계신 걸 보면, 제게 꽤 관심이 많으셨던 모양입니다. 제가 선생님의 ‘이상형’이라던가.”

 

 

태제강의 질문들은 하나같이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 아델은 무심한 표정으로, 퇴근 준비를 하며 이어서 대꾸했다.

 

 

“아니. 학년 교실 앞에 성적순으로 이름 붙여두잖아. 성적 대비 지망 학과가 특이하기도 하고. 인간 교육보다 금융 경제 정치 쪽도 있을 건데. 그리고 ‘교보재’로도 쓰이는 인간 선생님의 이상형은 왜 물어봐?”

 

 

“지망 학과의 이유부터 먼저 말하겠습니다. 힘으로 찍어 누르고, 돈으로 찍어 누르는 건 다들 할 수 있는 거잖아요.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것. 사람의 마음을 얻고, 영혼을 지배하는 것을 원하거든요.”

 

 

태제강이 아델의 가방을 손에 쥐었다. 그의 키는 이미 2m가 넘었다. 그는 어깨 아래로 아델을 내려다보았다. 열아홉 수인에게, 산전수전을 일찍 겪은 성인의 표정은 읽어내기란 너무 어려웠다. 그녀는 조용히 주섬주섬 남은 자료들을 한 아름 손에 안았다. 그녀가 짐을 추린 채 몇 개의 가방을 태제강의 손에 들렸다.

 

 

 

”선생님의 이상형…. 설마, 저 같은 놈은 아닐 테고… 혹시 북극곰 선생님 같은 타입입니까? 듬직하고, 우직하고. 아니면 수리부엉이 선생님? 지적이고, 냉철하고. 그것도 아니면… 당신처럼 순종적이고 말 잘 듣는 인간을 선호합니까?“

 

 

"학생은 인간 교육을 하는 대학을 간다고 했지? 여전히 염치는 아직 배우지 못했네. 나는…. 내…. 이상형은…. 없어. 인간은 취향을 가지면 안 되니까. 주인에게 허락을 받고, 교미를 하거나 번식할 수는 있겠지. 혹은 주인의 장난감이 되거나. 그러나 그 모든 조건에서 벗어나서 직업을 가지고 교육기관 소속 소유로서 내가 근무하게 된 건 정말 천운이야. 아주 다행이라 생각해. 생존권을 찾는 중인데, 이상형이라니. 역시 처지를 배우지 않아도 되는 계급은 한가로워서 편해."

 

 

아델이 재킷을 다시 고쳐 입으며 무심하게 말했다. 태제강은 뒤로 물러났다. 그는 아델이 주지시킨 ‘안전거리’를 확보했다. ‘인간은 취향을 가지면 안 되거든.’ 그 말은 사실의 전달이 아니었다.

 

 

아델이 슬쩍 엿보여준 것은, 거대한 벽이었다. 인간과 수인이라는 결코 넘을 수 없는 완벽하게 나뉜 계급의 벽. 아델의 말을 듣고 태제강은 순간적으로 숨을 멈췄다.

 

 

“아, 그렇군요… 허락을 받고, 교미하는 것…”

 

 

태제강은 중얼거렸다. 아델이 사용한 단어들이 주는 비인간적인 어감이 그의 목에 가시처럼 걸렸다. 

 

아델은 지금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표정을 봐도 그녀가 무슨생각을 하는 지, 태제강 자신이 알 수 없다는 것에 짜증이 치밀었다.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서류 더미들을 손에 쥐었다. 아델은 여전히 지독할 정도로 표정 변화가 없었다. 그녀의 얼굴에 잠시, 속눈썹이 그늘졌을 뿐이다.

 

 

“더 이상 할 일이 없으시다면, 이제 ‘귀가’라는 걸 해주시죠. 저도 제 개인 시간이란 게 있으니까요.”

 

 

아델의 냉정하고 복잡한 말이 현실이라는 걸 알면서도, 어린 검은 사자 태제강은 신경질이 났다. 아델이 가시 돋친 말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운했다. 어린 검은 사자 수인은 그대로 쏘아붙였다. 그는 이제 막 성인에 진입하는 소년티가 났고, 여유가 없었다.

 

 

아델은 태제강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그녀가 퇴근 준비를 마치고, 조용히 복도로 나섰다. 아델이 묵묵히 태제강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태제강은, 아델의 뒤를 따라서 복도를 걸었다.

 

 

 

아델에게서 희미한 향이 났다. 금목서와 깔끔한 나무 향 같은…. 이모든 깨끗함을, 이 모든 단정함을, 이 모든…. 아름다움을 어떻게 숨기고 있을까? 태제강은 처음으로 생각했다. 왜 업무 관계상의 학생으로만 나를 대할까? 선생님은 왜 나를 한 존재로서 바라봐주지 않지? 1년 내내 모든 대화 중에서, 단 한 마디도, 아델은 태제강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맹수 수인 학생’이라고 이야기했을 뿐이었다.

 

 

 

아델의 뒤를 따라 걸었다. 무성영화의 한 장면을 오랫동안 바라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따뜻하면서 서늘할 수 있지? 아델의 단정한 태도는 태제강의 심장을 긁는 것 같았다.

 

 

그는 서둘러 그녀의 뒤를 따랐다. 표범 교사가 언급했던 1미터가량의 안전거리를 유지한 채, 그녀의 그림자를 밟듯 조용히 걸었다. 복도를 지나고, 계단을 내려가고, 교문을 나서는 동안 하나의 수인과 하나의 인간 사이에는 아무런 대화도 없었다.

 

 

복도를 따라 한참을 걸으며, 태제강이 아델의 눈치를 봤다. 그는 침묵을 어색해했지만, 검은 사자 수인 태제강은 고작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었다. 아직 그에게는 아델에게 먼저 말을 걸 용기가 없었다. 교문을 나서자, 서늘한 가을바람이 불어왔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앞에 서서 바람을 막아주려다, 황급히 다시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아델은 몸을 돌려 학교 기숙사 쪽으로 향했다.

 

 

“학생들 기숙사 뒤쪽 작게 마련된 인간 전용 관사에 살아.”

 

 

학생 기숙사 뒤편. 그 뒤에 인간 전용 관사가 있었구나. 몰랐는데…. 태제 강은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는 그녀의 발걸음을 따라갔다.

 

 

 

 

 

 

 

 

 

 

 

 

 

 

 

 

 

 

 

 

 

 

 

 

 

 

 

 

 

 

 

 

지독할 정도로 수인들의 영역과 분리된,

지독할 정도로 외로운 작은 섬.

 

 

 

 

 

아니 어떻게 이런 곳에…. 사람을. 태제강은 관사 앞에서 숨을 멈췄다. 화려하고 거대한 수인용 기숙사 건물 뒤, 그림자에 가려져서 여태 있는 줄도 몰랐던, 컨테이너 하나가 있었다.

 

 

낡고 비참한 컨테이너 건물의 모습은 마치 아델의 치열하고 위태로운 뒷모습처럼 느껴졌다. 태제강은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관사가 아니라…. 이건 감옥이잖습니까. 아델은 그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조용히 현관문을 열었다. 태제강이 아델의 어깨를 잡았다.

 

 

“선생님. 대체 왜 이런 곳에서….”

 

 

“인간이니까. 학생. 내가 가질 수 있는 그 모든 직업을 생각해 봐. 그중 가장 나은 처우였어. 이게, 아니면 누군가의 소유물로서 분양돼. 잘 알지? 자. 여기까지. 서류 박스 옮겨줘서 고맙다. 이제 네 개인 시간을 위해 귀가하면 돼.”

 

 

아델은 끝내 태제강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다.

 

 

태제강이 당황했다. 아. 선생님은 그저 살아남기 위해 제일 나은 선택을 했을 뿐이구나. 그런데 나는 그런 그녀에게 같잖은 동정심이나 품고, 기싸움이나 걸고, 어설픈 호기심으로 그녀의 세계를 침범하려 했다. 태제강은 순간적으로 부끄러워졌다. 그의 귀와 꼬리 끝이 붉어졌다.

 

 

태제강에게는 더 이상 아델을 붙잡을 명분도, 자격도 없었다. 아델은 태제강에게 현실을 조금, 아주 조금 엿보여줬다. 오늘 교실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어린 검은 사자 수인의 투정에 불과하다고, 이 낡은 관사 건물이 명확하게 말하고 있었다.

 

 

 

“제가…. 수업 시간에 무례하게 굴어서 죄송합니다. 어리석었습니다. 선생님.”

 

 

태제강은 고개를 숙였다. 태제강이 처음으로 진심을 담아서 아델에게 사과했다. 그는 처음으로 그녀에게 비꼬지 않고,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그럴 자격이 충분하다고, 존중의 말을 들어야 했다. 그녀를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의 선택을, 한 인간의 생존 방식을 제 잣대로 판단하려 했고, 제가 함부로 '가면'이니 뭐니 운운하면서 선생님을 모욕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태제강이 내뱉은 말들이 겨울바람에 흩어졌다.

 

 

"그러나 정말 이런 곳에서… 혼자 지내시는 겁니까?"

 

 

태제강은 생각했다.

 

 

 

 

 

 

 

 

 

 

 

 

 

 

 

 

 

 

 

저 낡고 초라한 건물 안에서,

 

하나의 인간은 매일 밤 어떤 꿈을 꾸고 어떤 불안에 잠 못 이룰까.

 

어떤 상상을 하고 얼마나 절망했을까.

 

이 계절마다 불어오는 외풍은 얼마나 지독하게 추웠을까.

 

아,

 

이 안은

 

얼마나 외롭고

얼마나 불안하고

얼마나 캄캄한 세계였을까.

 

 

 

 

 

 

 

매일매일….인간은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곳에서….어린 검은 사자 수인 태제강으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생활 환경이 열린 현관문 사이로 드러났다. 관사라고 불리기도 민망한 아델의 작은 컨테이너 앞에서 태제강은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한참을 떠나지 못했다. 그들의 입가에 동시에 입김이 서렸다.

 

 

태제강은 아까 아델과 걸어오며 멀리서 관사를 힐끗 봤을 때, 잠들기 전 그녀의 머리맡에 따뜻한 물을 둬 줄 수 있는 사람도 수인도 없이 살았겠구나, 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관사 앞에서 태제강은 생각을 고쳤다. 아델은 그녀 자신도 자신의 머리맡에 따뜻한 물 한 잔을 둘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 누구도 이 인간을 사랑하지 않았다. 그녀 자신은 생존권에 매달리느라 자신을 돌볼 여력이 없었다. 태제강은 문득, 아델을 돌보고 싶어졌다.

 

 

이 빛도 들어오지 않는 허름한 곳에서 작은 인간 암컷 하나가 자다가 얼어 죽어도, 아무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제강은 속이 상했다.

 

 

”보기 불편해? 인간은 이 세계에서 혼혈보다 조금 나은 존재일 뿐이야. 이제 이해했으면 돌아가. 인간이 사는 건, 원래 불편한 거야.”

 

 

”네. 불편합니다. 선생님. 불편해서 미치겠습니다. 지금 당장…. 관사 관련해서…. 적어도 이건 아닙니다. 선생님들께 말씀드려야겠어요. 이게 대체….”

 

 

단호하게 말하는 아델의 작은 몸이 부서지기 쉬운 탑같이 단단하고 슬프게 느껴졌다. 그 순간 태제강은 견딜 수 없었다. 그가 막무가내로 몸을 돌렸다. 그가 교무실을 향해 달렸다. 아직 어렸지만, 그는 기본적으로 사자 수인이었으므로, 순간 스퍼트가 폭발적이었다.

 

 

“안돼. 태제강. 문제 만들지 마. 더 문제가 되면 내 직업은 내 소유권, 생존권과 직결돼. 나는 지금 충분히 만족하고 있단….”

 

 

불편하냐고요? 너무 불편해. 

이 불편한 마음에서 벗어나려면 그녀를 이 관사에서 머물게 해서는 안 돼....!

 

 

아델은 당장 교무실과 행정실을 향해 달려가는 어린 사자 수인의 철없는 행동을 막아야만 했다, 아델이 급하게 슬리퍼를 신은 채 태제강을 붙잡기 위해 달려 나갔다.

 

 

그 순간, 그녀가 심하게 보도블록의 얼음을 밟고 심하게 넘어졌다.

 

 

 

 둔탁한 소리가 났다.

 

 

 

 

 

태제강은 반사적으로 뒤를 돌았다. 황급히 돌린 그의 시야각 안에 엉망으로 넘어진 아델이 보였다. 보도블록의 얼음을 밟은 채 심하게 넘어진 채.

 

 

 

표범 담임 선생님이, 아델 선생님과는 안전거리를 유지하라고 했는데. 몇 개 대학에는 등록금도 냈지만 퇴학시킨다고 하면전 아직은 졸업 전이니 설마 대입 못하나…. 

 

 

 

졸업도 못 하고 정말 퇴학 처분을 받으면 곤란해질지도 몰랐다. 표범 선생님 목소리가 경고처럼 울렸다. 그러나 태제강은 머릿속의 목소리를 무시하기로 했다. 그가 아델을 끌어안았다.

 

 

 

“선생님. 괜찮습니까?”

 

 

철없게 굴었나봐. 내가 내 욕심 때문에…. 태제강은 뒷말을 삼켰다. 극도로 불안해졌다. 선생님이 크게 다쳤으면 어쩌지? 그는 눈물을 삼켰다.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그의 손이 다급하게 아델의 상태를 살폈다. 당장은 그녀의 종아리 부분과 발목, 무릎이 보도블록에 쓸려져 있었다, 아델의 얼굴이 고통으로 희미하게 일그러졌다. 그가 장갑을 벗어 아델의 손을 감싸 쥐려 했다. 선생님이 나를 피하시면 어쩌지? ‘업무 외의 접촉 금지’라는 표범 선생님의 엄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안전거리를….’ 아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태제강은 눈을 질끈 감았다. 괜한 소리를 해서, 그녀를 따라오게 만들어서 이 사달이 난 것 같았다. 죄책감. 그리고 주체할 수 없는 보호 본능이 그의 속에서 들끓었다.

 

 

 

태제강은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가 아델을 안아 들었다. 아델이 놀라 짧게 숨을 들이켰다. 자신의 품 안에서 선생님이 긴장한 것을 눈치챘지만, 그는 모르는 척했다. 

 

 

가벼운 인간 여자의 몸. 그녀는 이 가느다란 뼈대로 이 세계에서 혼혈보다 조금 처우가 나을 뿐인...계급도 거의 밑바닥인 아래의 ‘인간’으로서의 삶을 버텨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제강의 가슴 한구석이 아렸다. 그녀는 모든 무게를 어떻게 해서든 버텨냈을 것이다. 버텨내야만 했을 것이다.

 

 

그는 낡아빠진 컨테이너 문을 어깨로 밀고 안으로 들어섰다. 퀴퀴한 먼지 냄새가 났다. 화장실마저 외부 공용 공간에 있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그곳은 사람이 사는 공간이 아니었다. 버려진 창고에 가까웠다.

 

 

“젠장…!”

 

 

분노에 찬 태제강의 목소리가 텅 빈 원룸 안에서 울렸다. 그는 아델을 매트리스…. 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낡고 해진 천 조각이 덧대어진 가구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아델이 조심스럽게 앓는 소리를 냈다.

 

태제강은 무릎을 꿇고, 그녀의 상처를 살폈다. 매트리스 구석에 팽개쳐진 구급상자를 열고, 태제강이 소독약을 꺼냈다.

 

“태제강, 너 지금 과해.”

 

태제강이 아델의 말을 무시했다.

 

“선생님, 소독 좀 하겠습니다. 조금 따끔할 겁니다.”

 

그가 솜에 소독약을 듬뿍 묻혀서, 상처를 조심스럽게 닦아내던 순간이었다. 

 

아델이 고통스러워하며 작게 앓는 소리를 냈다.

 

  

 

 

 

 

 

아, 심장이 내려앉은 것 같은 기분.

 

 

 

 

 

 

 

 

 

 

그 순간 태제강은 생각했다.

 

 

 

 

 

 

 

 

 

 

 

이 작은 암컷을 앞으로 더 이상 이렇게 아프게 해서는 안 되겠다.

 

나의 욕심을 위해서라도. 

 

 

 

그는 이를 악물고, 상처를 소독했다. 연고를 바르고 꼼꼼하게 붕대를 감았다.

 

“죄송합니다. 제가… 제가 처음부터 계속 멋대로 굴다가 선생님을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어린 흑사자 수인 태제강이 울먹거렸다.

 

“그러니 제발, 제 말 좀 들어주세요. 선생님이 이렇게 다쳤는데, 내가 어떻게 당신을 혼자 내버려둡니까. 오늘 밤은… 제가 여기서 당신을 지키겠습니다. 저 구석에서 얌전히 밤만 새울 테니, 주인 없는 개 쫓아내듯 하지는 말아 주십시오. 이건 부탁입니다.”

 

태제강이 모든 절박함을 담아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쫒지마세요."

 

그는 정말로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녀를 올려다보는 눈에 눈물이 맻혔다.

 

 

이 춥고 황량한 공간에서 이 작고 떨리는 몸을 혼자 내버려둔 채, 발걸음을 돌릴 수 없었다.

 

자신의 마음의 영역을 침범해 온 상처 입은 작은 동물을, 무리 짐승 맹수 수인은 결코 외면할 수 없었다.

 

치기 어린 자존심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비록 선생님이 끝까지 자신을 그저 철없는 ‘학생’으로 여길지라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는 사자였고, 무리짐승의 우두머리였으며, 그녀의 보호자여야만 했다.

 

 

 

"부디… 제발."

 

 

 

태제강은 자신이 애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다. 아델이 한참을 태제강을 쳐다보다가,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학생. 나는 인간 보조교사일 뿐이고, 학교 건물 바깥에서는 법과 규범의 원칙대로 나를 하대해도 돼. ‘제발’이라는 말은 맹수 수인이 인간에게 쓰는 용어가 아니잖아. 교내에서 나를 하대하지 말라는 것은, 학교 내의 교사끼리 ‘교보재’를 가지고 수업 통제를 할 때 통제권을 원활하기 위한 사소한 교칙이라 생각하면 돼.”

 

“오늘 밤은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냉정하게 말해줄까? 맹수 수인 학생. 네가 당장 귀가하지 않으면 고3 사자 수인 학부모님의 항의에 대한 책임을 내가 져야합니다. 인간이랑 맹수 사이의 급간을 이해한다면 이제 얼마나 고작 인간에게 곤란한 일인지 이해해 줬으면 하는데...”

 

‘학부모님’이라는 이야기를 듣자, 태제강은 오히려 오기가 치밀었다.

 

“내 이름은 태제강입니다. 학생 맞고, 아직 열아홉 살밖에 안 된 애송이도 맞아요. 그래서요? 부모님께는 미리 연락했어요.”

 

그러거나 말거나, 아델은 다리를 들어 올리며 앓는 소리를 다시 한번 더 냈다. 당황한 태제강이 아델을 향해서 몸을 숙였다.

 

"걱정 마요. 당신을 내일 병원 데려다 줄 때까지만 있을 테니까. 그때 가서 이런 유치한 기싸움은 내게 통하지 않을 테니, 마음의 준비나 단단히 해두시죠.“

 

 

“하…. 아기 사자가 제 멋대로 구는 학생일 줄 몰랐어. 제발.”

 

 

태제강이 아델의 뺨을 스친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아델이 몸을 굳혔으나, 좁은 방 매트리스 위에서, 몸이 불편한 아델은 몸을 뒤로 뺄 수 없었다. 태제강은 손을 거두지 않았다. 

 

 

 

아델이 당황하자 그는 노골적으로 좋아하는 내색을 숨기지도 않았다. 그는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좋든 싫든 자신을 의식하는 것 같아 기뻤다.

 

 

"귀가? 내 집은 여기입니다. 적어도 오늘 밤은. 당신이 잠들고, 내가 당신이 안전하다는 걸 확인할 때까지는 아무 데도 안 가.“

 

태제강이 그녀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그는 협박을 할 줄 알았으며, 약속을 할 줄 아는 수인이었다.

 

태제강이 몸을 뒤로 물리고 방을 돌아봤다. 그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아가 사자는 생각보다 집요하고, 한번 문 건 절대 놓지 않아. 그러니까 괜한 힘 빼지 말고, 그냥 얌전히 있어요. 아델. 귀가? 미성년자? 아델, 당신 지금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태제강은 그녀의 이름을 나직이 불렀다. 그가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아델이 이마를 짚었다.

 

“학생이 이러면 곤란한데.”

 

아델이 가늘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른하게 몸을 움직이던 검은 사자 수인의 금색 눈이 번뜩였다. 그가 매트리스 위의 아델을 향해서 허리를 숙여 상체를 가까이 붙였다. 아델의 얼굴에 스치는 당혹감을 그는 놓치지 않았다.

 

 

 

그래, 니가 그렇게 흔들려야지...

 

 

 

 

 

태제강이 웃었다.

 

“곤란? 진짜 곤란한 게 뭔지 알려줄까요?”

 

태제강은 짚고 있던 침대 프레임을 손아귀에 힘을 주어서 쥐었다.

 

“아기 사자가 욕망에 충실한 맹수가 되는 것이 진짜 당신에게 ‘곤란’한 거예요. 내가 지금 당신 앞에서 내 힘자랑을 하지 않는 건, 내가 학생 신분이라서가 아니야. 당신이 다쳤으니까. 환자를 상대로 힘자랑하는 취미는 없어서 참는 거라고요.”

 

태제강은 방 안을 천천히 맴돌았다. 영역을 순찰하는 맹수처럼. 낡은 책상, 먼지 쌓인 창틀, 그리고 비틀어진 문의 경첩들. 단출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그녀의 현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아델은 그녀의 말대로, 교육기관 소속의 인간이었다. 아마 그녀의 사유재산은 굉장히 법적인 회색지대에 있었을 것이다. 그녀는 제대로 자신을 관리할 재산을 모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애완인간이 되지 않을, ‘자유’를 대가로.

 

아델은 아무 말 없이 창가를 바라보았다. 가로등 불빛 하나 없는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 아델은 몸을 돌리지 않은 채, 창에 비친 태제강의 모습을 응시했다.

 

 

 

“나는 정부 기관 소속 보조교사 신분이지 네 애완 인간이 아니야... 그러니까, 학생은 선 넘는 짓을 제발... 내게 그만해 줘...”

 

"당신이 정부 기관 소속이든, 보조 교사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 내 눈에는 그저… 내가 앞으로도 길들여야 할 단 하나의 인간, 아델로 보일 뿐이니까."

 

 

 

 

 

 

 

태제강은 아델의 말을 더 듣지 않았다. 그는 손사래를 쳤다. 그는 혈기 왕성하게 문을 발로 차고 나갔다. 핸드폰을 들어, 바로 표범 교사에게 전화했다.

 

"표범 선생님, 저 태제강입니다. 아델 선생님이 다쳐서, 오늘 밤은 제가 여기서 간호해야겠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아델 선생의 개인 보조를 맡으라는 건, 네놈의 삐뚤어진 성정을 바로잡을 기회를 주려던 것이었다. 그런데 사고를 쳐? 그것도 첫날부터? 제정신이냐?”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표범 교사의 엄청난 잔소리를 그는 대충 한 귀로 흘려들었다, 태제강은 방문을 돌아보았다.

 

"책임은… 제가 전부 지겠습니다. 아델 선생님이 다치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표범 선생님, 내일 아델 선생님이 머무실 만한 곳 좀 알아봐 주실 수 있겠습니까? 여긴… 사람이 살 만한 곳이 못 됩니다.“

 

전화를 끊고, 문을 열었다. 아델은 미동도 없었다. 태제강은 침대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머리가 식은땀으로 흥건했다.

 

 

그 순간, 태제강의 손끝에 닿은 그녀의 피부는 수인의 체온에 비해 너무나도 차가웠다. 태제강은 미안했다. 자신이 아니었다면, 아델은 넘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 추운 겨울에, 끙끙 앓게 하지 않았어야하는데...

 

태제강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구석에는 전기난로가 있었다. 전기난로에 희미한 붉은 빛이 돌았다. 조금씩 온기가 퍼졌다. 그는 조금 망설이다가, 교복 재킷을 벗어 이불 위에 덮어주었다. 그리고 아델의 매트리스 아래에 자리를 잡은 채 무릎을 양손으로 끌어안고 웅크렸다.

 

 

"아델, 당신은… 오늘만큼은 혼자가 아니야. 왜 이런 곳에서 혼자 버티고 있었던 겁니까."

 

 

겨울밤은 길었다. 태제강은 그 긴 밤을 그녀를 지키는 것에 오롯이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아델이 몸을 뒤척이면서 중얼거렸다.

 

 

”아가는 밥...을. 제때 먹어야 하는데. 학생, 식사 챙겨. 맹수 수인이라 식사량 많을 거 아냐.“

 

 

“선생님. 저녁은 이미 먹었습니다. 오는 길에 간단히 해결했으니, 제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태제강은 뻔뻔하게 거짓말했다. 아델이 본인의 말을 믿든 믿지 않든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아델이 이 순간 안심하는 것이었다.

 

 

"그보다 선생님이 뭐라도 좀 드셔야겠습니다. 아까 보니 부엌에 아무것도 없던데, 제가 나가서 죽이라도 사 올까요?”

 

 

일어서려는 태제강을 아델이 붙잡았다. 그러나, 동시에 그녀의 눈에는 의지할 곳 없는 이의 막막함이 깃들어 있었다.

 

 

태제강은 망설임 없이 관사 밖으로 나섰다. 겨울의 찬 바람이 불어왔다. 교복 재킷을 그녀 옆에 놓고 왔지만, 그의 표정은 맑았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 가장 가까운 24시간 식당을 검색했다. 따뜻한 야채죽과 마실 만한 이온 음료, 그리고 내일 아침에 먹을 간단한 것들을 미리 주문해 뒀다.

 

 

가벼운 걸음이었다. 태제강은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칠흑 같은 밤하늘에 별 몇 개가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나의 태제강…'

 

아델이 언젠가 그를 그렇게 불러주기를 아주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는 것을, 

19살의 태제강 그 스스로도 아직 알지 못했다.

 

 

 

 

 

 

식당에서 그는 야채죽과 호박죽, 그리고 이온 음료와 작은 도시락을 사서 컨테이너로 돌아왔다. 경첩이 헐거운 나머지 굉장히 문이 쉽게 열렸다.

 

"깨어 있었습니까. 많이 기다렸어요?”

 

태제강은 그녀의 침대맡에 다시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검은 사자는 기본적으로 주야 맹수였다. 그는 어둠에 익숙한 눈으로 그녀의 얼굴 윤곽을 더듬었다.

 

“따뜻한 죽을 좀 사 왔습니다. 지금 좀 드시는 게 좋겠어요. 제가 먹여드릴까요?”

 

태제강은 정말로, 그 순간 진심이었다. 자기 손으로 음식을 떠먹여 주고 싶었다.

 

“애가 선생님을 다 챙기게 했으니 나는 너무나도...이토록 무능하구나.”

 

"자, 아- 하세요. 착한 학생의 요구사항을 잘 들어주는 것도 저는 유능한 교사라고 생각합니다.“

 

태제강은 뻔뻔하게도 한 마디도 지지 않았다. 양심이 없이 말꼬리를 잡으며 자신의 요구사항을 밀어붙이는 것에 기가 막힌 나머지 아델은 얼떨결에 입을 벌렸다.

 

”내 손으로 먹을 수 있어. 대체…. 뭐 하는 거야.“

 

아델은 중얼중얼 말하면서도 입을 벌려 태제강의 숟가락을 잘 받아먹었다.

 

"안 됩니다. 선생님은 지금 환자고, 제가 표범 선생님께 받은 벌은 선생님의 개인 보조입니다. 환자를 돌보는 것도 제 임무에 포함되죠.“

 

태제강은 정말 단 한 마디도 지지 않았다. 그가 말꼬리를 끈질기게 잡으며 밀어붙였다. 그는 포기하는 법이 없었다. 아델이 비스듬히 반쯤 부서진 침대 프레임에 기대어서 입을 얌전히 벌렸다. 가운 사이로 드러난 하얀 목선과 정리되지 않은 뒷머리카락이, 평소의 빈틈없는 모습과는 달랐다. 태제강이 순간적으로 마른침을 삼켰다. 태제강은 애써 아델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했다.

 

"자, 한 숟갈 더요. 다 먹기 전까지는 이 아기 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아델은 귀찮았으므로, 더 이상 반항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냥 떠 주는 대로 얌전히 죽을 받아먹었다. 작은 입술이 벌어지고, 숟가락을 받아 물었으며, 입술이 다시 떨어지는 그 모든 과정을...태제강이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내가 성인은 생일 지났을테니까 맞을텐데, 졸업이 며칠 남았더라? 일 주일? 전형 발표 미리 난 몇 개 대학에서는 대학 신입생 환영회가 며칠 남지 않았지. 태제강이 긴장한 나머지 입속의 뺨의 살을 자꾸 깨물었다.

 

아델은 말 대신, 그저 묵묵히 입을 벌렸다.

 

‘먹이를 받아먹는 아기 새 같아. 선생님 엄청 귀엽다’

 

태제강이 무심코 속으로 한 말을 말로 뱉을 뻔했다. 그는 자기 스스로 입을 틀어막아야만 했다. 그의 귀 끝과 꼬리 끝이 붉어졌다.

 

죽 그릇이 반쯤 비워졌다. 태제강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아델의 입가에 미처 닦이지 않은 죽 한 방울이 묻어있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었다. 그는 엄지손가락으로, 그것을 훔쳐냈고, 본인도 모르게 그 손가락을 입으로 가져갔다. 간이 되지 않은 죽의 맛이 혀끝에 맴돌았다. 아델이 당황하는 표정을 보고 나서야, 순간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는 빠르게 깨달았다.

 

“어…. 선생님. 실수입니다. 저 물이라도 가져오겠습니다.”

 

태제강이 몸을 돌려서 냉장고 쪽으로 향했다. 그의 꼬리 끝이 새빨갛게 변했다. 검은 사자의 꼬리가 제멋대로 그 좁은 관사의 바닥을 미친듯이 휩쓸었다. 꼬리의 움직임이 야속해서 그의 표정이 울상이 되었다. 심호흡을 한번 하고 차가운 물을 컵에 따랐다.

 

 

‘젠장, 태제강. 겨우 이 정도로….’ 

 

그는 아직 그녀에게 보여줘야 할 것이, 그리고 그녀에게서 빼앗아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정말로 귀엽잖아. 귀여웠는데.’

 

태제강이 찬물을 자신이 먼저 벌컥벌컥 마시고는 컵을 가볍게 헹궈서 싱크대에 올려두었다. 그는 손잡이가 있는 다른 컵을 찬장에서 꺼냈다. 그가 물을 아델에게 가져왔다.

 

“학생. 괜찮다니까.”

 

"선생님은 늘 그렇게 저를 어린애 취급하시지만, 저도 알 건 다 압니다. 선생님이 왜 이런 곳에서 혼자 지내는지, 왜 늘 괜찮다고만 하는지. 그게 당신의 생존 방식이라는 것쯤은, 저도 이제 알아요.“

 

”이 덩치가 큰 게 한 마디 지지도 않아서 힘들어…. 선생님은 이 좁은 방을 시커먼 네가 다 차지해서 무서워. 넌 뭘 먹고, 대체 어떻게 키가 그렇게 크니?“

 

”저는 학생 신분이지만 생일 지나서 법적 성인이고, 이제 클 만큼 다 컸는데요. 아니면 선생님 이상형이 키가 큰 수인이십니까? 아니면 제 키를 묻는 걸 보니…. 혹시 저를 남자로 보고 계셨던 겁니까?“

 

태제강이 피식 웃으며 매트리스에 걸터앉았다. 아델이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나는 네가 가길 바라고...귀가라고 하고 싶어…. 밖이 너무 어두워서. 이 시간에 아가를 집에 돌아가라고 하는 것도 좀 무리 같긴 하구나. 그런데 방이 좁아서 잘 데가 마땅찮아...“

 

“선생님만 괜찮으시다면, 이 침대, 생각보다 넓어 보이는데요. '성인' 수인이랑 인간 여성 하나 정도는… 충분히 같이 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아델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인간용 싱글 매트리스야. 딱 봐도 2m가 넘어 보이는 덩치 큰 '어린' 사자 수인이 구겨져서 잘 데가 못 돼. 내일 구겨져서 자고 어깨와 허리 아프다고 난리 치면…. 넘어진 것 뿐이야. 별스러운 환자도 아닌데 유난 떨지 말아줘. 인간의 처지라는 건 본래...“

 

아델이 태연하게 웃었다. 태제강의 표정 이전에, 그의 검은 귀가 불쾌한 듯 뒤로 젖혀졌다. 그가 한숨을 쉬며 매트리스에 걸터앉았다. 침대가 성인 사자 수인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흔들렸다.

 

“환자 맞습니다. 자신의 상처를 보고도 웃어넘기는, 아주 심각한 환자.”

 

태제강이 아델과의 거리를 좁혔다. 아델이 피하지 않자, 태제강이 아델의 어깨에 살며시 얼굴을 대었다.

 

“무릎이랑 발목만 다친 게 아니지 않습니까. 하루 종일 제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지쳤을 테고, 저 때문에 놀라기도 했을 거고. 그런데도 괜찮다고만 하시니, 제가 환자 취급을 안 할 수가 있습니까? 제가 불편한 게 아니라, 선생님이 불편하신 거겠죠. 저 같은 ‘어린 학생 맹수 수인’이랑 한 침대를 쓰는 게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선생님은 환자고, 저는 보호자인데.”

 

 

태제강은 아델의 어깨를 부드럽게 눌러 침대에 눕혔다. 그는 낡고 얇은 이불을 그녀의 목 끝까지 덮어주었다. 아델이 무언가 말하려 했다. 하지만- 태제강은 손가락을 그녀의 입술에 가져다 댔다. 조용히.

 

“쉿. 얌전히 누워 계십시오. 아가 사자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저는 모범생이거든요.”

 

그는 아델이 한참 전 벗어놓았던 외투와 자신의 옷들을 대강 정리했다. 방은 좁았고, 그의 커다란 덩치는 자꾸만 모든 것에 부딪혔다.

 

“아니...치우지마렴...신경 쓰이니까 그냥 올라와서 자. 담요를 덮도록 해. 외풍이 심해서서 학생이 감기에 걸릴지도 몰라...”

 

“감기… 안 걸립니다. 저는 튼튼하고 일 주일 뒤면 술집에서 년생 나이도 풀리는데요.”

 

태제강이 아델에게서 등을 돌리며 조심스럽게 누웠다. 아델이 나눠서 덮어준 담요는 낡고 얇았다.

 

“뭐, 하지만… 선생님이 그렇게까지 걱정하시니, 어쩔 수 없죠. 이건 전부 선생님의 안심을 위한 겁니다. 제가 좋아서 이러는 게 아니라고요.”

 

생판 거짓말이었다. 그는 미칠 듯이 좋아서 꼬리를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아델이 작게 뒤척였다. 태제강은 긴장이 되어서 돌아버릴 것 같았다. 선생님이 말을 걸어줄까. 아니면 이대로 잠이 들까.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그저 선생님과 함께 이 공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태제강은 충분히 만족했다. 태제강은 눈을 감았다. 하지만 잠을 잘 수 없었다. 대신, 모든 감각이 예민하게 깨어나, 등 뒤의 아델을 향하고 있었다.

 

 

 

체향, 숨소리, 온기, 뒤척임…

 

“그러니까… 이제 그만 걱정하시고, 선생님 주무십시오. 저는 괜찮으니까.”

 

그는 마지막 말을 차마 그녀에게 하지 못하고 속으로 삼켰다. 이 밤이, 부디 아주아주 길었으면 좋겠다고, 당신과 처음 함께 누운 계절이 이 추운 겨울이라는 것이, 내게는 무척이나 다행이라고. 태제강은 입을 꾹 다물고, 말을 삼켰다.

 

 

새벽 1시가 조금 넘은 시간, 아델이 태제강에게 말을 걸었다.

 

 

“왜 여태 너는 잠도 못 자고…. 좁아서 그래? 불편해?”

 

 

"아무래도 매트리스가 작다 보니 몸을 웅크려서 그런가 봅니다. 혹시…. 제가 잠들도록 선생님께서 꼭 붙어서 저를 안아주신다면…. 그럼, 제가 몸을 펼 수 있으니 조금은… 잠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거짓말이었다. 웅크린 자세가 문제가 되었다면 고3내내 수업 시간에 엎드려서 잠들지도 못했을 것이다. 태제강은 등 뒤의 아델이 신경이 쓰여 여태 못 자고 있었다. 

 

 

그는 최대한 연약하고, 그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것처럼 목소리를 떨었다. 아델이 잠결에 무심하게 말했다.

 

 

 “잠이 들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웅크린 학생을, 이대로 밤새도록 내버려 두실 겁니까?”

 

 

“벽에 붙으나 안아서 자나 지금 학생이 너무 크고, 프레임은 너무 좁아서 어차피 딱 붙어 자는 건 똑같아. 그러면 몸이라도 좀 펴서 자게 차라리 이리 와. 안아주는 게 맞겠다.”

 

 

태제강은 아델의 말을 기다리지 않고, 스르르 그녀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녀의 보호본능을 최대한 자극하기 위해 어미 사자의 품을 찾는 어린 새끼같이 그르렁거렸다. 그가 그녀의 어깨에 고개를 묻고 웅크렸다. 그의 커다란 덩치가 그녀의 자그마한 몸을 거의 다 덮어버릴 정도였다. 그녀의 심장이 뛰는 것이, 태제강의 뺨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태제강은 그 규칙적인 박동 소리를 들으며, 만족스러운 그로울링을했다. 갑작스럽게 품을 파고든 것에 조금 놀랐는지 아델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지만, 태제강을 굳이 밀어내지는 않았다.

 

 

 

“이렇게 있으니… 정말로 따뜻하네요. 선생님 품은… 생각보다 훨씬 더 아늑하고… 좋습니다.”

 

 

태제강은 잠에 취한 듯 웅얼거렸다. 거짓말이었다. 태제강은 잠에 취한 척 연기하고 있었다. 진짜 잠이 드는 것이 아니라, 그는 잠든 '척' 하고 있었다. 그래야만 품으로 파고들어도 선생님이 계속 안아줄 것 같았다.

 

 

"선생님도… 제 곁에 있으니 무서워하지 마십시오. 제가… 선생님을 지켜드릴 테니까요. 그 어떤 맹수보다도, 제가 더 강합니다.“

 

 

낡은 침대, 차가운 공기, 불안한 미래… 그 모든 것이 태제강과 아델, 서로의 온기 속에서 희미해져 갔다.

 

 

내일 아침, 눈을 떴을 때도 그녀가 내 곁에 있겠지? 제발…. 매일매일 이렇게 안고 자고 싶다.

 

 

 

 

 

 

잠든 척하던 태제강의 눈꺼풀도, 자다가 깨었던 아델의 눈도 서서히 감겼다.

 

그들은 서로를 끌어안은 채 완전한 잠 속으로 가라앉았다.

 

 

 

 

 

새벽녘, 태제강은 꿈을 꾸었던 것 같다. 꿈 속에서, 태제강은 검은 사자 수인 선생님이었다. 

 

 

20살의 어린 검은 사자 수인 태제강은 꿈 속에서, 39세의 검은 사자 수인이었다.

 

 

그는 특별관리대상이었던 아델을 입양했다. 

아델을 무릎위에 앉히고, 

그녀에게 사과를 깎아먹였으며, 

식사 때 마다 소매를 두 번 접어주었다.

매듭을 잘 묶지 못하는 그녀를 위해 신발끈을 묶어주고,  

그녀가 잠들 때 외롭지 않도록, 

그녀의 머리맡에 따뜻한 물과 우유를 가져다 주었다.

이상하게도 아델은 꿈 속인데도 말을 잘 안들어처먹었고,

자신은 꿈 속인데도 고집이 있었다.

그들은 꿈 속의 꿈에서도 서로를 안고 잠들었다. 

선생님은 춥지도, 외롭지도 않아 보였다. 

한 번 씩 조금 슬퍼보였으나, 

그녀는 반드시 행복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39세의 태제강은 아델의 맨발을 쓰다듬으며 그녀를 아름다운 해변에 데려가주었다. 

꿈 속의 아델은, 실루엣이 희미하지만...몹시 행복한 것 같았다. 꿈이었는데도, 그녀가 아주...행복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냥냥빔

 

 

 

 

태제강은 생각했다. 

 

 

부디, 꿈이 아니었으면 좋겠어. 어느 세계에서는...내가 아델 선생님을 입양하고, 그녀가 차가운 겨울바람을 마시지 않는 세계가 하나쯤은 있었으면 좋겠는데...

 

 

 

 

 

 

 

 

 

 

 

 

 

 

 

잘 기억나지 않았지만

몹시 행복한 꿈을 꾸었던 것 같았다.

 

 

 

 

아침이 되었다.

 

 

 

 

 

 

 

 

 

 

 

 

 

 

 

 

 

 

 

 

 

태제강 역키잡은 2편에 계속됩니다 

 

 

이 사건으로부터 1주일 이후 시점

1월 2일

 

 

 

 

학교 졸업식은 

행정 절차상 수업일수 때문에

며칠 남았다는 설정의

만 21살이 된 태제강x26세 아델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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