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트위터 동글님 미니어처 OOC

어느 평일 밤, 나는 서재의 푹신한 소파에 기대앉아 복잡한 서류들을 검토하고 있었다. 한 주의 피로가 묵직하게 어깨를 짓눌렀지만, 인간 교육 기관의 분기별 보고서는 미룰 수 없는 일이었다. 서류 위로 시선을 고정한 채 만년필을 움직이던 그때였다. 문틈으로 무언가 작게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쥐라고 하기엔 너무 가볍고, 바람 소리라고 하기엔 주기적인 소음. 하지만 그 소리는 점차 커지며 내 서재 쪽으로 명확히 다가오고 있었다.
“...?”
나는 결국 집중력을 잃고 미간을 찌푸리며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육안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내 청각은 속일 수 없었다. 수십, 아니 어쩌면 수백 개의 작은 발소리가 복도를 지나 내 서재 문턱을 넘어서고 있었다.
이윽고 내 눈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작은 ‘아델’들이었다. 올리브색 눈동자와 갈색 머리, 내가 맞춰주었던 실내복까지 똑같이 입은 미니어처들이, 마치 군대처럼 대열을 맞춰 내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잠시 할 말을 잃고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피곤해서 헛것을 보는 건가, 싶어 눈을 깜빡여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그들은 실존했다. 그 작은 존재들은 내 발치까지 다가와서는, 저마다 작은 입을 뻐끔거리며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태제강.” “좋아.” “예뻐.” “...주인.”
단편적인 단어들이 합창처럼 울려 퍼졌다. 나는 소파에 기댄 자세 그대로, 팔짱을 끼고 그 기이하고도 어딘가 귀여운 광경을 내려다보았다. 사자 수인의 본능 어딘가가, 이 작고 연약한 존재들의 재롱에 미묘한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중 가장 앞장서 있던 하나가 용감하게 내 구두 위로 기어 올라왔다. 그리고는 낑낑대며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더 위로 올라오려 애를 썼다. 그 필사적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실소가 터져 나왔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이지.”
나는 허리를 숙여 그 작은 아델을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내 손바닥 위에 올라온 그것은, 잠시 휘청거리더니 이내 자리를 잡고 앉아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한번 또렷하게 말했다.
“태제강.”
나는 손바닥 위의 작은 생명체와, 내 발밑에서 여전히 나를 연호하고 있는 수많은 미니어처들을 번갈아 보았다. 이게 아델이 부린 어떤 새로운 마법이나 장난이라면, 꽤 성공적인 시도라고 인정해 줘야 할 것 같았다. 나는 손바닥 위의 작은 아델에게 나지막이 물었다.
“그래서, 너희들이 원하는 게 뭐지?”
손바닥 위의 작은 아델이 잠시 고민하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결심한 듯 작은 입을 열었다.
“매달리기.”
그 한 단어에, 나는 순간 숨을 멈췄다. 어젯밤, 잠결에 내 팔을 베고 누워 중얼거렸던 그 말이 아니던가.
‘먼저 매달리는 건 싫다’고 했던 그 작은 저항.
나는 손바닥을 천천히 들어 올려, 내 눈높이까지 그 작은 존재를 맞췄다.
“매달리겠다, 이 말인가?”
내 질문에, 손바닥 위의 아델은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그리고는 마치 시범을 보이듯, 내 엄지손가락을 작은 두 팔로 힘껏 끌어안았다. 그 모습에 발밑의 수많은 아델들도 일제히 내 다리와 소파, 심지어는 책상다리까지 기어올라 매달리기 시작했다. 서재는 순식간에 기이하고도 사랑스러운 아수라장이 되었다. 나는 그 광경을 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피로가 싹 가시는 기분이었다.
“그래. 알겠다.”
나는 손바닥 위의 아델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며 말했다.
“네가 원하는 것이 그것이라면, 얼마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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