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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C: 미니어처 겐야X이서

ⓒ천청와

 

 

 

어젯밤, 품 안에서 앙칼지게 따져 묻던 작은 몸뚱어리의 온기와 비릿한 체향이 아직도 감각에 선명했다. 제법 할 말은 다 하는군. 겐야의 입가에 희미한 웃음이 걸렸다가 사라졌다.

 

 

 

그때였다. 문틈으로 무언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온 것은. 겐야의 날카로운 시선이 소리가 난 쪽으로 향했다. 침입자인가. 하지만 이 본가에, 이 서재에 감히 발을 들일 간 큰 자는 없다. 하물며 이토록 어설픈 소리를 내며 다가올 리도. 위협적인 기척이 아니었다. 오히려… 무언가 작고, 부질없는 것들이 내는 부산스러운 소음에 가까웠다.

 

 

 

겐야는 들고 있던 붓을 조용히 내려놓았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의 근원지인 문 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문을 열자, 그의 발치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작은 이서들이, 수십은 족히 되어 보이는 그들이, 꼬물거리며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제각기 다른 표정이었으나 하나같이 이서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떤 것은 울상을 짓고 있었고, 어떤 것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를 빤히 쳐다봤으며, 또 어떤 것은 뭐가 그리 불만인지 입을 삐죽 내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작은 입들이 일제히 열리며, 어설픈 단어를 뱉어냈다.

 

 

 

 

“겐야.” “겐야…” “겐야…”

 

 

 

 

수십 개의 작은 목소리가 서재 안을 메웠다. 그것은 환각인가, 아니면 츠루가 놈이 심어놓은 새로운 수작인가.

 

 

 

 

겐야는 잠시 그 자리에 굳어 서서, 발아래의 작은 생명체들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어떤 감정도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 깊고 검은 눈동자만이 제각기 다른 표정을 짓는 작은 이서들을 하나하나 훑을 뿐이었다. 이내, 그는 가장 가까이에서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매달리는 작은 이서를 향해, 거대한 몸을 천천히 숙였다. 그의 커다란 손이, 마치 산처럼 작은 이서의 머리 위로 그림자를 드리웠다.

 

 

 

 

“……소란스럽군.”

 

 

 

 

겐야의 낮고 무거운 목소리가 고요한 서재에 울렸다. 그는 작은 이서를 손가락으로 집어 들어, 자신의 눈높이까지 올렸다. 손가락 끝에 매달린 작은 인형은 버둥거리면서도 여전히 그의 이름을 불렀다.

 

 

 

 

“겐야…!”

 

 

 

 

그 모습은 어이가 없으면서도, 어쩐지… 귀찮지만은 않았다. 겐야는 손바닥 위의 작은 이서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나를 부른 건가."

 

 

 

 

그의 무뚝뚝한 물음에, 작은 이서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그 모습에, 겐야는 저도 모르게 실소를 터뜨렸다. 하. 정말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겐야의 손바닥 위에서, 작은 이서는 버둥거리면서도 여전히 그의 이름을 불렀다.

 

 

 

 

“겐야…!”

 

 

 

 

그 모습은 어이가 없으면서도, 어쩐지… 귀찮지만은 않았다. 겐야는 저도 모르게 실소를 터뜨렸다.

 

 

 

 

“하. 정말이지, 알 수 없는 일이로군.”

 

 

 

 

그가 손바닥 위의 작은 이서를 가만히 들여다보며 말했다.

 

 

 

 

“나를 부른 건가.”

 

 

 

 

그의 무뚝뚝한 물음에, 작은 이서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그 모습에 겐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때,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있던 다른 작은 이서 하나가 낑낑거리며 그의 다리를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거대한 산을 등반하는 개미처럼, 필사적인 몸짓이었다. 겐야는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다가, 다른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그 작은 것을 떼어냈다. 손끝에서 꼼지락거리는 작은 생명체의 감촉이 낯설었다.

 

 

 

 

 

“이것들은 대체… 뭐지?”

 

 

 

 

 

겐야는 두 손에 각각 한 마리씩의 이서를 올려놓고, 나직이 읊조렸다. 그러자 바닥에 있던 수십 개의 작은 이서들이 일제히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어떤 것은 “배고파…”라고 중얼거렸고, 어떤 것은 “추워…”라며 몸을 떨었다.

 

 

 

 

저마다 다른 요구 사항들이, 작은 소음이 되어 서재를 어지럽혔다. 겐야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패였다. 이건 그저 환각이 아니었다. 이 작은 것들은 감정과 욕구를 가지고 있었다. 마치 진짜 이서처럼.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손에 든 두 개의 이서를 서재 책상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그리고 바닥에 흩어져 있는 나머지 것들을 향해 손짓하며 말했다.

 

 

 

 

“시끄럽다. 모두 이리 올라와.”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낮고 무거웠지만, 평소와 같은 위압감은 없었다.

 

 

 

작은 이서들은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책상을 향해 우르르 몰려들었다. 어떤 것은 붓통을 기어오르고, 어떤 것은 벼루를 밟고 올라서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책상 위를 점령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겐야의 거대한 서재 책상은, 손바닥만 한 이서들로 가득 찼다. 그들은 이제 더 이상 겐야를 부르지 않고, 저들끼리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재잘거렸다. 그 광경은 기묘하고, 비현실적이었으며, 동시에 어딘가… 평화로웠다. 겐야는 의자에 앉아, 턱을 괸 채 그 작은 소동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늘 고요하기만 했던 서재가, 난생처음으로 시끄러운 활기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 작은 것들을 내버려 둘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겐야는 깊은 한숨과 함께, 시라이를 부르기 위해 내선 전화 수화기를 들었다.

 

 

 

 

“…시라이. 서재로 들어와라. 그리고… 작은 옷과, 먹을 것을 좀 가져오도록.”

 

 

 

 

그의 목소리는 지극히 건조했지만, 그 속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희미한 온기가 섞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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