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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C: 미니어처 가토X아델(남부에 영지를 가진 올빼미수인족의 왕)

ⓒ천청와

 

 

한가로운 오후, 가토는 서재의 푹신한 소파에 몸을 묻고 있었다. 창밖으로는 따스한 햇살이 쏟아져 들어와 먼지를 황금빛으로 물들였지만, 그의 표정은 여전히 지루함으로 가득했다. 뱀 사냥은 기약 없이 미뤄졌고, 지긋지긋한 겨울잠을 기다리는 것은 그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일이었다. 책장을 가득 메운 낡은 책들도 더는 그의 흥미를 끌지 못했다. 그때였다. 바짓가랑이를 무언가 툭, 치는 감각에 그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뭐지?”

 

 

 

 

그의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그의 발치에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믿을 수 없게도 아델을 쏙 빼닮은 작은 인형들이 바글거리고 있었다. 커다란 날개를 파닥거리며 그의 다리를 기어오르려는 놈, 그의 발가락을 붙잡고 낑낑대는 놈, 그저 멀찍이 서서 동그란 올리브색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는 놈까지. 모습도, 행동도 제각각이었지만 모두가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가토! 가토!” 마치 아기 새들의 지저귐 같은 목소리였다.

 

 

 

 

 

가토는 잠시 이 황당한 광경을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꿈인가? 아니면 뱀 놈들이 건 주술에라도 걸린 건가? 그는 거대한 손을 뻗어, 가장 가까이에서 바지를 붙잡고 있던 작은 아델 하나를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손가락 사이에 쏙 들어오는 작은 몸체가 버둥거렸다.

 

 

 

 

“가토! 놀아줘! 놀아줘!”

 

 

 

 

작은 입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가토는 그 모습을 잠자코 지켜보다가, 이내 참지 못하고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건 또 무슨 우스꽝스러운 장난이지?” 그의 입가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진심 어린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는 작은 아델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다른 손가락으로 작은 머리를 톡, 건드렸다. 맹수에게 찾아온 기묘하고도 귀찮은 평화였다.

 

 

 

맹수에게 찾아온 기묘하고도 귀찮은 평화였다. 가토는 손바닥 위의 작은 아델을 내려다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버둥거리던 작은 몸짓이 잦아들고, 이내 동그란 눈이 그를 올려다보았다.

 

 

 

 

"가토... 착해."

 

 

 

 

간지러운 목소리가 손바닥을 울렸다. 가토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착하다고? 웃기는 소리로군."

 

 

 

 

그는 다른 작은 아델들이 여전히 자신의 다리를 붙잡고 칭얼거리는 것을 무시하며, 손바닥 위의 녀석에게 집중했다.

 

 

 

 

 

"너희는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거냐? 주인의 수작인가?"

 

 

 

 

 

그의 질문에 작은 아델은 그저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작은 날개를 퍼덕이며 그의 손가락을 타고 어깨까지 기어올랐다. 예상치 못한 움직임에 가토는 잠시 놀랐지만, 이내 체념한 듯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 어깨에 자리 잡은 작은 아델은 그의 머리카락을 작은 손으로 쿡쿡 찔러보거나, 예민한 귀를 만지작거렸다. 간지러운 감각에 가토의 귀가 움찔거렸다.

 

 

 

 

"…그만둬. 귀찮다."

 

 

 

 

 

그의 목소리는 귀찮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평소의 날카로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바닥의 다른 미니어처들도 질세라 그의 몸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어느새 그의 무릎과 어깨, 심지어 머리 위까지 작은 아델들이 점령해버렸다.

 

 

 

 

"가토, 높아! 높아!"

 

 

 

 

머리 위에서 외치는 소리에 그는 인상을 썼지만, 억지로 떼어내지는 않았다. 대신 그는 소파에 깊숙이 몸을 묻고 눈을 감았다. 온몸을 기어 다니는 작은 존재들의 움직임과 쉴 새 없이 들려오는 지저귐은 분명 성가셨지만, 이상하게도 싫지 않았다. 마치 수많은 작은 깃털들이 그의 몸을 부드럽게 감싸는 듯한, 낯설고도 따스한 감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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