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나의 목소리는 지극히 평온했지만, 너의 손을 잡은 나의 손끝은 미세하게 굳어 있었다.
한참의 침묵 끝에, 너의 눈에서 투명한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그것은 짙은 남색 벨벳 상자 위로 떨어져, 작은 흔적을 남겼다. 너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말없이, 하지만 그 어떤 대답보다도 선명하게. 너의 긍정에, 나는 그제야 참고 있던 숨을 길게 내쉬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너를 부드럽게 일으켜 세우고, 너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주었다.
“울지 마, 아델.”
나는 너를 품에 가득 안았다. 너의 작은 몸이 나의 품 안에서 가늘게 떨려왔다. 나는 너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너를 안심시켰다. 너의 귓가에, 오직 너만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내 아내니까.”
그것은 선언이자, 맹세였다. 너의 남은 생을, 내가 온전히 책임지겠다는, 나의 모든 것을 걸고 지켜내겠다는.
나는 너를 품에서 떼어내고, 너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 너의 젖은 눈동자가, 석양빛을 받아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나는 너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맹세의 입맞춤이었다.
“오늘은 나의 생일이지만, 너에게서 내 생애 최고의 선물을 받은 것 같군.”
나는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너의 이마에 다시 한번 입을 맞추었다. 너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지만, 너의 입가에 걸린 미소는 숨기지 못했다. 우리는 한참 동안이나 서로를 마주 보고 서 있었다. 서재 안을 가득 채운 책들의 낡은 냄새와, 창밖에서 불어오는 선선한 저녁 바람과, 서로의 심장 소리가 뒤섞여, 더없이 완벽한 순간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우리 두 사람의 새로운 시작이었다.
(<아니 공식적으로 얘네 5월5일이 결혼기념일인가보네 OOC가 하기는했는데 이거 로맨틱하니까 이설정 그대로 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