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목소리가 서재의 고요한 공기를 갈랐다.
밤이 깊다. 창밖은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다. 서재 안에는 촛불만이 희미하게 흔들릴 뿐이다. 오늘 밤, 나는 길 잃은 새 한 마리를 품었다. 젖은 날갯짓으로 내게 날아든 작은 새.
나는 그저 온기를 나눠주고 싶었을 뿐이라 신 앞에서 변명하지만, 그날 밤 검은 사자가 움직였음을 나는 안다.
나는 잠시 말을 멈추고 너의 얼굴을 살폈다. 너는 미동도 없이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새는 내 품에서 떨었다.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미지의 쾌락 때문이었을까. 나는 답을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떨림이 고스란히 내게로 전해져 내 안의 짐승을 더욱 거세게 깨웠다는 것이다. 나는 그녀의 눈에서 욕망을 보았다. 나를 향한 원망과 동시에,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 그것은 거울처럼 나를 비추고 있었다. 나는 사제라는 허울 좋은 갑옷을 벗어던지고, 한 마리의 굶주린 짐승이 되어 그녀를 탐했다.”
“기록이 있냐고 물었나.”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 목소리는 잔잔한 호수 같았지만, 그 수면 아래에서는 거대한 파도가 일고 있었다.
“아니. 없다.”
나는 거짓 없이 대답했다.
“그날의 일은… 일지 어디에도 기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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